까치집

  

 

흘림체로 내리던 비 그치고

 

햇살이 이토록 고운 걸 보니

 

가깝고도 먼 거기서는 잘 지내는지

 

내 숨소리와 체온을 아직도 기억하는지

 

집 밖은 푸른 절벽

 

손닿지 않는 외진 곳

 

까치발로 올려다보는데

 

문패 한 번 달지 못한 까막눈의 늙은 집

 

맨발의 달을 꿀꺽 삼킨다

 

멀어져간 너의 까치걸음

 

혼자 먹는 밥그릇에 소복한데

 

두근두근 숨 쉬는 저 집,

 

하늘의 허파

 

 

 

 

솔밭 길 핀, , ,

                          

 

화장대 서랍 정리를 했습니다

올림머리 할 때 꽂았던 머리핀, 소복한데요

서랍은 아직도 스물 넷, 나보다 훨씬 젊습니다

 

솔밭 길 함께 걷다가 사내가 계집의 등 뒤에서  

껴안아주던 두 팔도 알고 보면

계집이 달아날 수 없게 한 하나의 핀이었을 터

 

손 놓지 않겠다는 언약 돌돌 말아

덜컥 머리부터 올렸던 핀, , ,

계곡 물소리가 계곡 붙잡고 있듯

불룩한 올림머리 뒤에는

아직도 팔 뽑지 않은 당신이 있습니다

 

“아니요” 라고 말하고 싶은데 “예”라고 말할 때 있듯이

나무가 그 산을 떠나지 못하는  

정말 떠나고 싶지 않아서일까요

 

물소리, 새소리 베고 누운 저 길 위

소나무 작심한 듯 또 핀, , , 쏟아내는데요

 

손닿지 않는 나무위에서도

메마른 땅위에서도

일심으로 피어줄 수 있을까요 핀, , ,

 

솔밭 길 두 팔 뻗어 소나무를 쓰윽 껴안네요

그 날의 당신처럼



 

*1999년 『시안 』등단

*시집 발간: 2010년『아주 작은 아침』, 2015년『저 환한 어둠』

*2015년 『대구문학상』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