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지금  외 1

 


 

 

태어나서 처음 피고 있는 ‘나’라는 꽃

 

태어나서 처음 딛고 있는 ‘여기’라는 발걸음

 

태어나서 처음 부르는 그대 향한 노래

 

태어난 곳은 사막, 수탉 우는 첫새벽,

 

태어나서 처음 첫샘물 떠올리는 두레박 오아시스

 

태어나서 처음 콩닥콩닥 두근두근 쓰고 있는 ‘하화도 봄 파도’라는 시

 

태어나서 처음 만난 그대가 타고 온 마지막 기차가 떠나가는 시각!

 

 

핸드폰 족의 하루

-스티브 잡스에게

 

 

내 코는 핸드폰 코

 

오늘 아침은 그대가 보내준 김치찌개 사진으로 한 끼의 밥을 먹는다

사진에서 나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킁킁

 

내 귀는 핸드폰 귀

 

모든 음악은 핸드폰으로 듣고

핸드폰 목소리로 사랑을 나눈다

먼 그대는 핸드폰 속에서 핸드폰 손을 흔들며 오늘 아침에도 꿀모닝!

사랑 노래가 백만 곡이나 흘러넘치며 골라 달라 아우성이다

오늘은 이 노래를, 내일은 저 노래를,

줄 세워 놓고 불러주는 그대는 핸드폰 연인!

귀 멀어버린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핸드폰 속에서 그믐달빛 가련하다!

핸드폰 귀는 우주의 귀란다

북두칠성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의 날개음 안에서 감미롭게 끄덕끄덕!

 

내 눈은 핸드폰 눈

 

천만 년 피고 지는 꽃들이 계절마다 시간마다

햇볕 아래 현현묘묘(玄玄妙妙)

저 햇볕은 가짜인가 진짜인가

핸드폰 망상 속 천지 가득 망상 아닌 게 있을랑가?

핸드폰 코나 맡을 향기가 허공을 가득 채우고

핸드폰 눈이나 볼 수 있는 꽃차례가 아침을 열어젖힌다

핸드폰 귀나 들을 수 있는 그대의 핸드폰 목소리가

이쁘다 이쁘다 핸드폰 콧노래를 부르며 내 노래 좋아 좋아?!

 

나는 핸드폰 족들의 왕

 

핸드폰만 쥐어주면 만사 오케이!

밥도 핸드폰으로, 옷도 핸드폰으로

사랑도 핸드폰으로, 이별도 핸드폰으로

핸드폰 가슴 속에서 핸드폰 고통이 꿈틀꿈틀거린다

전쟁은 어떨까?

오늘도 지구별에선 수십만 목숨이 핸드폰 미사일에 맞아 죽어간다

아 맞아! 평화도 핸드폰 평화일지니......

징글징글 핸드폰 나라의 솟대 끝에선

아기도 핸드폰 아기가 태어나서, 핸드폰 솟대가 한 마리 여러 탯줄

핸드폰 머리카락이 핸드폰 바람에 날리고 있다

이제 그만 자자 핸드폰 침대로 가거라

엄마! 엄마나 핸드폰 잠 속에서 핸드폰 꿈이나 꾸시지

그래! 핸드폰 아빠가 저기 기다리고 있단다

 

내 귀여운 핸드폰 자식들아 잘 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