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나무



촛불을 밝히던 나무들이 잠시 눈물을 흘린다.

어느 날 너와 내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

네가 갖고 있는 책을 넌 다 읽지 못하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난 다 못 가고

소비가 미덕(美德)이라 배우고 익힌 자본주의의 덕(德)을

쌓고 쌓아 그리하여 큰 것이 된 풍선들이

허무하여 먼 하늘 한쪽 빈 곳을 바라보게 할 때

품속에 쌓아두어 쓰지 못한 사랑의 날은

아침이슬에 빛나고 빛나

채우지 못한 작은 부분을 채우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곳곳 펼쳐진 힘의 허수아비들이

부정과 불신으로 검은 망치가 되어

백성을 알지 못하는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기술한 역사책 속의 지침이 선명하게 밝은

광화문 앞 모인 백성들의 촛불 운해를 읽고 읽는 오늘

너는 아직도 읽어야 할 것이 많고

나 또한 가야 할 곳 아직도 많아

소소하여 또 다른 덕을 쌓아야 함을

바람 불어 촛불 꺼져도 꺼져도 꺼져도

촛불은 어둠을 밀어내는 힘이었음을

다시 환하게 세상 불 켜는 등불임을

눈물을 흘리는 촛불나무는 외치며 밝힌다.




겨울 산책



시린 바람 부는 날

겨울나무는

빈 가지를 붙잡아주노라 흔들리고 흔들렸다.


녹색으로 꿈틀거리던

색색깔이던

새떼처럼 날개를 퍼득이던 이파리들

지금 멀리 떠났다.


낮은 촉수로

땅속 수액을 끌어올려 하늘을 꿰매고 꿰맨

겨울나무는

먼 우주와 소통했다.


가지 위

하얀 눈

답장처럼 쌓여 있다.


별들도 걸려 빛났다.



* 하재영

- 199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 1992년 계몽사아동문학상 장편소년소설 당선

- 작품집 『별빛의 길을 닦는 나무들』, 『할아버지의 비밀』등

- 현) 지역무크 『포항문학』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