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초겨울, 부음을 받고 잠시 후 영구차가 지나갔다.

한 때 푸르렀던 이파리들의 시신이 이리저리 뒹굴고 강렬한 키스의 밤, 한적한 골목 가로등 빛에 서있던 여인의 혀는 송곳이 되어 살을 후비고, 붉은 빛깔의 황홀한 벌독이 번져온다. 한 사내가 흔들리는 아주 좁은 공간에서 낙엽을 쓸며 한 잎 한 잎 젖은 속옷을 들춰본다. 언제부터 여인의 자궁 속에서 우윳빛 향기가 난 걸까. 탯줄이 끊어지고 비로소 행성은 궤도를 이탈한다. 시신을 끌어안고 숨이 뜨거운 나무들은 아궁이가 벌겋다. 젖은 장작이 불붙는 소리에 세상은 요동치고 거친 숨소리에 푸른 생명이 눈 뜨고 있다.

푸르게 붉게 노랗게…,

빛을 잃고 사라져 가는 건 모두 뜨겁다.




컵라면


낚시질하던 청년이 컵 속에 빠졌다

실비 내리는 오후

우북이 쌓인 슬리퍼가 하품을 시작할 즘

수레 위를 힐긋 바라보던 행인들이 잰걸음에 사라지고

유리창 너머 벽에 걸린 시곗바늘이 삐걱거릴 때

청년은 약국 계단에 앉아 로봇이 되었다

짝짝이 나무젓가락에 늘어진 면발을 들고 고개가 중심을 벗어나자 벌떡 일어나 보이지 않는 컵 속을 다시 휘휘 저어 퉁퉁 불어 풀죽이 된 오후를 빈속에 꾹꾹 눌러 담아보지만

식은 면발은 찰기가 없어 잘근잘근 씹지 않아도 잘 넘어갔다

바닥이 없는 하루하루가

   

1978년<시밭>동인으로 작품활동 시작. 에코데일리 문화부장, 한국가톨릭독서아카데미 상임위원, 서울특별시교육청근무. 시집 『말똥,말똥』 등이 있다. Email: css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