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포구
       

지독한 결핍에서 돌아서지 않는 형
그가 만지는 오래된 연모와
쓸쓸한 그의 기지(基地)와 
덧꿰맨 부표를 흔들며
여밭을 뒤지는 그의 낡은 아내가 
절골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저것들이 다 닳아 쓸모가 없어지면
결핍마저 없어질거라는 형의 취기는 
막차가 떠날 때까지 대책없이 바다로 흘러갔다

해마다 그랬다
가만히 왔다가는 해국(海菊)비탈에 내리는
별싸라기 기다려 
하얗게 영혼들이 떠나는 물결 위로
쳐진 노을이 함께 흐르고 
어린 해병들이 탄통을 흔들며 지나고 있다
형의 부표들이 붉은 바다를 흔들고 있는
강사포구




족장 케이

                
바람의 언덕이 흔들리고
겨울 벼랑에서 화살 나는 소리가 났다
몇 사람이 차창을 따라오다 멀어지고
다시 몇 사람이
젖혀진 하얀 내 깃털을 보고 웃고 있다
나는 바람을 따라 날아오를 수 없음을 안다
왼쪽 무릎 아래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음도 안다
가슴 속 화살나무가 물에 잠기고
미늘이 무너져 녹슬고 있다
내 화살이 뚫지 못하는
밀랍의 세상이 걸어다니고 있다
흔들리고 반짝이는 스크린들이 교차되고
그 끈의 끝에 매달린
붉은 부적(符籍)이 팔랑거리고 있다
족장은 멀리 가지 못하고
하얗게 마르는 길을 거둬들이며 돌아왔다
화살도 날지 않고
바람의 언덕은 하얗게 지워지고 있었다
 
이 화려한 계엄을 벗어나면
너의 영지(領地)에 이를 수 있을까
쳐지고 꺾인 날개를 일으켜 세워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꿈길인 듯 날아오를 수 있을까 


1987년 <실천문학> 등단. 한국작가회의회원. 포항문학회원.
           해양문학상 .  장시 <송정리의 봄> 
           시집<소리내기>.<햇빛은 굴절되어도 따뜻하다>.<오래 휘어진 기억>.
                 <종이눈썹>.<산내통신>.<메아리 학교>.<바닷가 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