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무덤


예천 대죽리에 가면

덥풀덥풀 자란 풀이 소리를 빨아들인다


찧고

까불고

물어뜯는


이 소리 저 소리 꾹꾹 눌러 담은 사발 하나

조용히 잠재웠다는데


쉴 새 없이 자라는 풀들이 무섭다


말 뒤에 말이 있다*


아직 매장되지 못한 목소리


*말무덤(言塚) 주변 비석에 새겨진 말



가족사진


엄마 꿈을 꾸었다


독감 때문에 열이 올랐다 내렸다 온몸 끙끙

벌써 며칠째 꼼짝 못한다 했는데


이제야 전화 버튼 꾹꾹 누른다


니가 웬일이고

아픈 데는 없나

밥은 잘 먹고 댕기나


내가 미처 말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쏟아지는 걱정들


아그들은, 아그들도 다 잘 있재?


육 남매에 손자손녀들 앞에 두고

한가운데 앉아계신 엄마


멀리서도 온 힘 다해

새끼들 끌어안고 계시다


권현옥

경북 문경 출생. ‘느티나무 시’동인으로 활동. kho-g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