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기원

 

 

 

 

절망은 자라난 것

출생과 함께

어머니의 대지에 버려져

이 고깃덩어리 육체 안에서

먹고 마시며

커간 것

모든 희망의 말을

달콤하게 삼키고

영원 불멸의 악귀처럼

나를 먹고

더불어 살아온 것

 

나의 풍부함

스스로에게 놀랐다면

그것은 절망 때문

지난 희망 목록에서

절망이 걸어 나왔기 때문

희망은 아직도

절망의 반대라고 생각하는가

세계의  가르침

낮과 밤의 콘트라스트

절망은 멀리서

느닷없이 오지 않는다.

 

  

 

긍정의 노래 2

  

 

다시 어떻게 시작하지

그 물음에 답하려거든

주위를 둘러보라

네가 남긴 기록과 결의는 희미해지고

절망이라도 예찬할 듯이 들떠

방황하는 청년의 시대는 사라졌으나

가난한 자들의 유랑처럼 안식도 없이

이제 남은 것은 찔끔거리는 눈물과 오그라든 육신뿐이라고

마치 도스토옙스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허풍쟁이와 주정꾼과 난폭한 자처럼

사람들이 네게 퍼붓는 욕설을

헛되이 비웃어주며

너의 운명을 사랑하는 신에게조차

 

가련한 자여, 탕자의 노래는 그렇게 시작했는가

그러나 오늘 새의 노래가 아름다운 이유는

충심으로 생을 소진하고 되살아오르는

늙은 나무에게

생명이 생명에게로 돌아가는

저 숭고와 명랑함이 서로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낮지만 지혜로운 뱀은 알고 있으니

극복의 형상들 대지 위에 수를 놓고

죽은 자들은 다시 돌아와

고단한 자의 마른 입술에 물을 적셔준다

새는 또 아침의 기쁨 정겹게 열려 있는

대지의 품으로 걸어가리라

 

그때 생이란 눈에 가득 찬 것들이

가슴을 채우고 남아 어쩔 줄 모르고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슬픔에 빠질 때에도

대지는 다만 우리의 보금자리를

다시 한 번 감싸려는 것이니

죽은 자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옳다, 나는 나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발본색원이란 무지하고 포악한 권력자의 말

긍정의 노래는 부정의 노래와 함께 한다

이 땅에서

아아 몸을 뜨겁게 하려고 새들은 날아오른다

모든 남아 있는 자들의 봄을 위하여.

 

 

 

이승호

강원 춘천 출생. 2003년『창작21』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어느 겨울을 지나며』『행복에게 바친 숱한 거짓말』외.

E-mail : nacham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