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씨앗

  

                         

기저귀 가는 데 다리를 들어서 몸을 뒤집는다

“아이고 요놈 봐라”하며 다시 뒤집어

허벅지 가만 눌러 잡으니

입술을 오므리고 뿌― 한다

소리들이 작은 구슬처럼 튀어나간다  

 

바운서에 뉘어놓으면

몸을 비틀고 다리를 바둥거리다가

또 입술을 오므리고 뿌― 한다

 

저것이

말의 씨앗일까

 

무궁화가 하얗게 필 때

말이 세상에 없는 색깔로 피어나고

말이 누구도 그려내지 못할 모양으로 피어나고

천상의 목소리로 피어나고 말이

 

‘음마-’ 라는 말이

연두 빛으로 피어나는 것을 본 적 있다

침이 꽃처럼 흘렀다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눈을 비벼대는

아기의 울음 밖에서

누군가의 말씀처럼 눈이 나린다

 

 

 

발가락 하나를 그림 밖으로 내놓고

    - 최돈정 화백 초대전에 와서

  

 

녹색 녹색이 모여 녹색의 세상을 이룬 화폭에서 붉은 점 같은 것은

화석 속 이파리였다가 깃털 다 뜯긴 큰 부리 새였다가

거꾸로 선 화살촉이었다가 뼈만 남은 물고기였다가

빙글빙글 도는 무희였다가

잡은 손을 놓치는 연인이었다가

 

수백 년 달려와서는 없는 강물에 빠지는 붉은 별이 되었소

 

별을 생각하다가 커다랗고 네모진 소리 앞에 서오

소리는 검은 직선이고 소리는 붉은 곡선이고 구멍 뚫리고 절룩거리고

소리는 소리 속에 갇혀 까무러치고 악쓰고 고요하고 비틀거리고 하얗게 녹슬고

뿌리도 없고 우듬지도 없는 나무에 동글동글 매달리고 달려가고 뛰어오르고 흘러내리고 소리는

 

듣지 못하는 나는 우두커니가 되었소

 

우두커니는 강물인 듯 꿈결인 듯 어른거리는 것 앞으로 왔소

어른거리는 것은 네모네모네모로 쪼개지고 흩어지고 모이고 가라앉으면서 빛을 만지고 있소

슬그머니 우두커니를 만지오

 

긴 부리를 가진 대머리 둘이서 등을 맞대고 섰소 서로 반대 방향을 보면서 동행이라오

다가가 자세히 보오

팔 하나를 뒤로 내밀어 서로 손을 꼬옥 붙잡고 있소

 

(소리 없는 웃음이 전시장을 뛰어다니오)

 

내부를 술병으로 가득 채운 집이 있소 집이 왼손으로 맥주잔을 잡고 있소

맥주병에선 붉고 파란 거품이 솟아오르고 동그라미들은 뱅글뱅글 돌아가오

집은 눈동자가 빨갛소 자화상의 눈동자가 빨갛소 능소화가 노을처럼 피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