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2016



생황소리에는 눈물이 묻어 있었다

눈물이 말라버린 마른 울음이 앉아 있었다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구나

진도에서 걸어온 북소리는

지나버린 시간의 부피만큼 무거웠다

청천하늘엔 잔 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 속엔 사연도 많다

말이 없는 뒷모습에서는

그믐달이 막 떠오르고 있었다

노다 가세 노다나 가세

저 달이 떳다 지도록 노다나 가세

가야금 소리에는 세월이 묻어 있었다

가끔씩 세월의 조각들이 줄위를 튀어 올랐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이제는 가버린 그 달이 뜬다

백발에 붉은 립스틱

정지된 청춘의 갈망이 앉아 있었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달 보는 아리랑 님보는 아리랑

세월의 잔해는 앉아 있었다

잔해 속에는 여전히 세월이 숨어있었다

정든 님이 오셨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뻥긋

바람이 조용히 걷고 있었고

눈물은 바람에게 스미고 있었다



애모곡


세상만큼 커다란 돌판 두개를

눈빛으로 슬픈 눈빛으로 문질러

닳아 없어지는 동안


모든 것이

나고 죽는 것을 보고 있었어요


쉬고 싶어요

편안해 지고 싶어요

오늘은 구름에 가려

달이 보이지 않았어요

아주 희미하게 멀리 숨어 있었어요

늙은 짐승이 되어가요

젊고 고운 엄마는

작은 아이를 가슴에 안고 있었어요

엄마의 손가락은 가늘고 희게 보였어요

엄마는 어디에 계실까요


토요일 늦은 오후

늘 계시던 자리 둘이 비어있어요

자리를 찿아서

자주 가는 사잇길을

어슬렁거리며 올라갔지요

얼굴이 창백한 아버지는

걷기 힘들어하는 엄마의 팔을

조심스레 붙들고 걷고 계셨어요


솔방울이 예쁘구나

떨어져 속이 빈 솔방울들은

엄마를 미소짓게 했어요

어쩌면 이렇게 만들어 졌을까

아야

지는 해가 참 이쁘구나

하나님이 만드신 것 맞지

아야

저녁에 기도하면서

예수님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한단다

엄마는 오랜만에 활짝 웃으셨지요


눈빛으로 슬픈 눈빛으로

세월이 닳아 없어지는 동안


모든 것이

나고 죽고 있었어요


1960년생

2014년 8월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2015년 2월 2015년 동경미술대전 한일문화교류축제 초대작 참가

*상수리 나무의 노래(일본 나가노시)

2016년 1월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기념 파리시화전 초대작 참가

*능소화 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