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구      

 


 

지난 초가을, 위암 말기 6개월 진단 받고  

항암치료 마다하고 시골로 돌아온 영감 

평생 짜게 먹은 것이 원인이라 한다

 

  옛날, 어떤 자린고비가 된장독에 잠시 쉬었다 가는 쇠파리를 

십여 리쯤 쫓아가서 된장만 쪽 빨아먹고 날려줬다는

밥상머리 훈계를 아들에게 무시로 하던 영감 

오일장 서는 날이면 눈요기만 실컷 하고 

털레털레 돌아와 손자들에게 소한추우에 까자장사  

다 얼어죽었더라고 말하던 영감 

그 덕분에 찐쪼구 마른쪼구 새끼쪼구라 식구들까지  

싸잡아 놀림을 당해도 남의 얘기인 듯 허허거리던 영감

 

  예정일 지나고도 두어 달, 뼈마디와 살가죽만 남아가도록  

일흔여덟 평생 그을린 얼굴 보름달 아래 박꽃 마냥 창백해가도록 

하천둑에 땅콩 몇 알 밭두렁에 옥수수 몇 알 감나무 아래  

빈터에 까만 파씨 솔솔 뿌리던 영감 그러한 날 

밤이면 방문을 뻘쭘히 반쯤 열어놓고서야 겨우 잠들던 영감

 

 언젠가 그 문 활짝 열리는 날 잘 마른 쪼구가 되어 

유유히 헤엄쳐 나올 것이다


     



눈물

           


치매를 앓다가 큰혈관이 터져 하루만에 의식을 잃은 시어머니, 쉰 중반을 넘긴 맏시누이의 말에 따라 시동생이 두 손가락으로 꼭 감긴 눈을 열었다. 엄마, 바로 앞에 막내 보이나, 지금 내가 하는 말 다 듣고 있지, 들리면 눈을 깜빡깜빡하든가 손이라도 한번 움직여봐... 지금 둘째 보고 가려고 기다리고 있나, 금요일 부대에서 훈련 끝나면 곧바로 엄마 보러 온대... 그때 잠시 자리를 비운 남편이 들어왔다. 엄마, 여기 셋째 보여, 엄마 아버지 닮아 시골에서 힘든 일 제일 많이 하는 아들, 엄마, 동생이 힘에 달리는 농사일 하다가 술병(病) 얻은거 엄마도 알고 있잖아, 엄마 갈 때 동생 병 다 거두어가고 평생 건강하라고 빌어 줘...

 

쭈루룩 눈물을 흘리신다


남수현 : 경북 문경 출생 상주작가 회원 본명은 남순현

2015년 국민연금 수급자 생활수기 장려상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