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돌멩이 아래 돌멩이만한 그늘이 누워 있고
돌멩이 위에 깃털 하나 붙어 있다

어느 날개 죽지에서 빠져나온 것일까
동그랗게 말린 피가 날개의 그늘을 지운다

한 계절이 낯선 계절을 끌고 돌아올 때쯤
피가 묻었던 자리는 원래의 상처보다 넓게 가려웠다

새것이 앉을 자리는 그렇게 미리 가려웠다

제 몸을 띄워 올려야 허공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새
깃털 하나, 빈 자리 쪽으로 기운다

새 살이 제 자리를 잡을 동안
상처는 얼마나 더 아프고 근질거려야 할까

우두커니 깃털 빠져나간 자리를 생각한다
몇 년 전, 빈 아버지의 자리에
바람결보다 고운 숨결이 먼저 누워 있다










안의 바닥


좁쌀만 한 가려움이 있는 것일까
턱의 종기를 긁고 있다
손톱이 날카롭게 안을 불러내고 있다

핏물이다

한 시인이 쓴 ‘불콰한 노을’을 생각하며
노을 속을 다 찾을 것처럼 할퀴고 닦고
할퀴고 닦아낸다
그러나 불그스레 핏물만 보여주는 종기

하얀 휴지 한 장이
찌그러진 붉은 꽃이 되어가는 중이다
곧 버려질 꽃

핏물이 그치고
작은 혹이 평평해질 무렵
끈적끈적한 진물이 흐른다

보이지 않는 안의 비밀이다


김설희
경북 상주 출생
2014년 리토피아 등단
seal0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