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눈길로만 키운 것들엔

닿을 수 없는

애절함이 스며있다.

북쪽으로 난 서재 창 너머

발길은커녕 눈길조차 외면당한 후미진 곳

나리꽃 몇 송이 몇 년째 저 혼자 세월을 이고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

그저 묵연히 바라만 볼 뿐

지독한 가뭄에도 물 한 모금 건네지 못했지만

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창을 두드린다.

출렁이는 빌딩숲

꼬박꼬박 내는 월세에 저당 잡혀

연애도 결혼도 자식도 꿈도 희망도 포기해야하는

5포 세대의 막막한 산길 같은 청춘이

시름시름, 산그늘마냥 깊어가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봐야하는

물노을에 깃든 마음길이다.

         




문득, 허공

                                



산경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가쁜 숨 헐떡이며 오르는 등산로

보랏빛 꽃송이가 눈에 밟힌다.

누가 뿌렸을까

사방이 초록물결인 여름 산에

아무리 둘러봐도 꽃 한 송이 보이지 않는데

이 무슨 조화인가 싶어

고개를 제켜 하늘을 보았다.

거기, 상수리나무 가지 끝

손바닥만 한 잎사귀 사이

자잘한 보랏빛 눈웃음 짓는

바람과 햇살로 허공이 키운

칡넝쿨 꽃밭

내안의 울타리 일시에 허문다.



경북선산출생, 2003년 ‘자유문학’신인상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북문인협회 감사, 경북여성문학회 회장, 김천문인협회 사무국장, 백수문학제운영위원, 생각하는 글쓰기교실 운영, 논술토론 강사, 제3회 경상북도여성문학상 수상, 시집 ‘햇살에 갇히다’

 sohie42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