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짐에 대하여

 

 

어둠이 잿빛 발로 걸어오는 저녁 어스름

전봇대 아래 박스에 담긴

강아지 한 마리 낑낑거린다

 

, 낯선 세상에

, 썩은 모과처럼 처박힌

그의 눈은 눈곱 반 눈물 반

엉치털 숭숭 빠져나간 자리에

십 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선홍빛 도장 자국

 

버려진다는 건 어둠의 사막을 맨발로 걷는 일

 

검은 꽃과 검은 나무와 검은 하늘과 검은 햇빛

검은 웃음과 검은 눈물과 검은 말, 말들

긴 터널 건너와도 기억 저편 얼굴들은 검은빛 투성이

 

세상의 죄 죄다 끌어안은 눈빛으로

갈 곳 잃은 강아지 한 마리

벼랑 끝 목줄 잡아당긴다

 

흐린 눈 크게 뜨고 반달이 따라온다




봄을 읽다 

 

 

창녕 말흘리 태암 선생 댁

서둘러 달려온 봄이 다리 뻗고 앉아있다

 

봄볕은 마당 구석구석 기웃거리며

꽃망울 몇 개 터트려놓고 흥얼흥얼

 

긴 우울증 끝내고 바깥으로 나온 진진이*

모닝커피 향 진하게 코끝에 올려놓자

솜털바람 진진이 등을 타고 놀고 있다

 

목단꽃 닮은 화가 사모님

텃밭에 호미로 그리는 그림

연둣빛, 분홍빛으로 깨어나는데

 

화왕산 그림자 슬며시 내려와

툇마루 나와 앉은 고서를 어눌하게 읽고 있다

 

 

* 태암 선생께서 붙여준 진돗개 이름

 

 

 

경북 상주 출생. 2014년 시집『문』으로 등단.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 상주느티나무시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