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만들다

 

 

자와 컴퍼스가 하늘을 만든다

별 밤이 쌓여 심법(心法)을 전수 한다

사방칠수 한 치의 오차가 없다

황도 12궁에서 봄여름 가을 겨울이 찾아온다

 

봄이 오는 이유를 묻자 농부가 땅을 일군다

사계의 의미를 묻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므로

꽃피는 이유를 묻는다

꽃송이도 피우지 못한 죽음에 관하여 묻는다

판사처럼

공약이행을 촉구하다가 형장으로 사라져 간 청춘을 심리한다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므로 사라진 봄에 관하여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사계의 의미를 묻는 것은 정말이지 더 이상의 의미가 없으므로

신도 아닌 주재가

죽음을 논하고

의사라도 된 것처럼 메스를 꺼내 든다

콘크리트 농수로에 빠진 고라니를 위하여 머리를 맞댄다

하늘의 일이 땅에서 꽃 핀다

의사봉이 자와 컴퍼스가 하늘을 만든다

 

  

 

 

부도지* 언어통일을 꿈꾸다

 

불붙은 해가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을 뿐 구체적인 형상을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중년을 넘기자 부도지가 말을 걸었다. 소리만 들으면 밥이 나오고 떡이 나오느냐 했지만, 비로소 팔음(八音)이 들려 마고가 두 딸에게 맡기니 오음칠조지절(五音七調之節)을 이뤘다. 황궁씨 청궁씨 백소씨 흑소씨가 천지 사방에 천부의 말씀 담은 소리를 지르고 마고성(麻姑城) 여덟 손자 삼천의 무리가 순식간이었다. 일 년 365일 일월성신 항해일지를 타전하고 매달 변주된 교향곡이 지상에 내린다. 뒤척이던 초목과 금수 악보를 덮고 이내 자장가 속으로 빠져든다.

오미(五味)의 변 후 암흑에 갇힌 해와 달 삼천 년을 천부삼인(天符三印) 이은 환웅씨가 82(八音二文) 닦아 신시(神市)에서 개천하고 역법 수리 의약 천문 지리를 저술해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였고 아들 왕검씨가 부도(符都)를 세워 팔만 뗏목 사해형제에 띄우니 다시 신시(神市)가 열려 파도 소리가 철썩철썩 한목소리를 냈다. 쏴쏴 소리에 소나기가 쏟아지는 소리 바다에서는 들어가도 될까요? 똑똑 문소리가 벽을 허물고 앵앵 꿀벌 나는 소리에 탁탁 밤 터는 가을 하늘이 열린다. 쿵쿵 제대로 소리가 나서 태어났다는 문자가 진실로 손만 잡고 잤다는 소리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참된 소리에 덩실덩실 춤이 춰지고 신명이 난다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또다시 날조된 해와 달 삼천 년은 단군왕검이 산으로 들어가버린 후의 일, 싸이 강남스타일이 천부적 소리로 B급 세상 꼬집는다. 말 달린다. 이게 도대체 뭔 소리냐고 말을 탄 세계인들 몰려든다. 만 년 전 맨 처음 사과의 이웃 포도를 맛보게 하고 지구촌 끝자락 여태 잠자는 이유에 입꼬리가 귀밑까지 올라간다. 세종은 ● ㅡ ㅣ 담은 훈민정음 28자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 했지만 기실 먼 아프리카 오지 한 명 한 명까지 주인으로 섬긴 소리다. 개천(開天)이란 뜬구름 잡기나 일국(一國)의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부도지(符都誌)-신라 시대 박제상이 엮은 우리 민족의 가장 오래된 사서(史書)

 

2012년 애지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