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비 그치고

수척하던 지붕이 부풀었다

지하도 언저리에 삼각그늘이 생겼다

 

그 그늘에 꽃이 피는 날은 일 년에 며칠뿐

박스에 누워도 이끼는 축축하다

알코올 향이 꽃술을 내민다

 

밤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그들의 눈동자는

어떤 경고음에도 초롱초롱하다

 

깊이 들지 못하는 잠이 이끼들의 잠이다

잠 밖에서 잠들 궁리를 하는 사람들

 

물기에서 더 푸르게 번져가는 습관으로

사지에 가늘어진 핏줄을 일으켜 세워야한다

 

알몸은 다른 알몸을 경계하지 않는 걸까

어깨가 닿지 않아도 후끈하다

 

 

 

 

 

 

꽃들의 대화법

 

 

테이블 위의 꽃들이 악수하며 눈빛을 맞춘다

 

꽃의 웃음을 까발리는 일이다

그가 먼저 백지에 찍힌 헛웃음을 꼭꼭 씹는다

 

그가 질겅질겅 씹은 뒤에  

송곳니로 끊을 듯 야무지게 물어뜯는 또 다른 그가 있다

웃음이 점점 꽃의 입가에서 사라져 간다

웃음은 꽃잎의 이지러진 모양새에서

불편한 모양새로 자주 바뀌곤 한다

 

꽃의 생김새만 핥고 있다

꽃의 비의를 새기지 못한다

 

꽃잎의 수를 세어라

꽃술의 취기를 적어라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서 이슬방울을 체득해라

 

끝나지 않는 꽃에 대한 토론에

탁자 가운데 꺾인 꽃이 묵음(黙音)을 하고 있다

 

 

 

김설희

2014 리토피아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