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김주애

 

 

 

집 나간 소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던 날

바지자락 흙을 털지도 못하고

미친 듯 동네를 뒤지다가

뒷골목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를 보자

망할 것 망할 것, 채찍을 휘둘러대던 아버지

단단한 어깨 한풀 내려앉아

서로의 고삐를 쥐고 집으로 가는 길

아버지 야윈 허벅지

하늘에 희부염하게 떠 있었다



얼룩지다

 

 

안방 문 뒤 누런 벽지에 점점이 말라붙은 아버지 납신다

 

먹지도 않고 팽개친 김칫국물에서

다시 살아보자고 내민 한약국물에서

젖은 눈 닦으시고

퉁퉁 불은 말기 간도 다 떼어내시고

 

추녀 날렵한 기와집 썩어 문드러지지도 않는 기둥은

아버지 대처로 향한 꿈을 내리찍어

고학력이란 낙인을 달고 평생 방앗간 주인으로 주저앉혔다

꿈을 삼킨 발동기 소리는

동네에서 제일 큰 고함소리를 가지게 했고

콸콸 쏟아지는 쌀알들은

불쑥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봉놋방 화투장에 팔공산 꿈을 쳐 넣기도 하고

한 손이면 후려칠 수 있던 밥상에 화풀이를 해대며

어느 해 둑이 터진 논둑에 벌건 눈물마저 흘러넘쳐

다섯 병 막걸리에도 들을 수 없었던 아름다운 꿈

그 텅 빈 공간은 몹쓸 암덩이가 채워지고

너무도 어이없게

마지막 밥상을 꽃송이 만발한 벽지가 쳐 먹고

몇 점 남긴 얼룩,

 

납작하게 말라붙어 왜 슬픈 얘기만 하는지

얼룩진 이야기는 닦아지지도 않는다

 

 

 

 

김주애

경북 상주 출생. 2014년 시집 『납작한 풍경』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