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바다거북의 꿈

 


 

내가 바다거북이었던 한 이 있었네

방금 태어나 미처 다 붉히지 못한

붉은 바다거북이었네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았다는데

나는 보이지 않는 바다가 부르는 소리에 이끌려

험한 모래벌판을 벌벌벌 기어가고 있었네

채 여물지 못한 뱃살이 터지고

짧은 네다리 뼈마디가 물러 내리고 있었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저 바다로 어서 가자

부르는 소리는 내 귓가에 난장을 치는데

참수리 수십 마리 하늘을 가리며 나를 노리고 있었네

갈고리 같은 저 발톱보다 당연히 내가 먼저

저 바다를 보아야 하였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저 바다로 어서 가자

그러나  나는

결국 그 바다를 보지 못하였네

참수리 놈의 발톱이 기어코

내 옆구리를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네

 

붉게 핏발 선 내 뱃살이 제법쓰린 날 새벽

꿈이었네.

 

 

  

외나무 다리에서

     -조주, 아홉 번째 질문

 


 

목줄 풀린 강아지가

토끼풀꽃 대궁이 속으로

킁킁킁킁 코를 박는 저물녘

 

노랑나비 한 마리는

민들레 이파리 위에서

팔랑팔랑 부채질 하는 풀섶이다

 

말을 타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려는

사람 하나 지나가는

외딴 길

 

 

 

 

 

권현수시인



2003[불교문예]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칼라차크라] [고비사막 은하수]

hyonsue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