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값나가는 화장품은 그림의 떡

동동구리무 바르고도 사랑을 속삭였다

분 바르고 연지 바르면

족두리도 쓸 수 있었다

딸이 사준 화장품도 못다 쓰는 누나들    

찾는 눈 별로 없는 꽃으로 피었다

 

흰색은 흰색끼리 보라색은 보라색끼리

끼리끼리 피면 도라지꽃이 아니지

네 편 내 편 가르는 일 없이  

한데 어우러져 향기로운 나날 꿈꾸며

목 타는 가뭄에도

이슬 나누는 꽃으로 피었다

 

 

모자란다는 말

 

 좀 모자란다는 말이 돌았을까 손위 처남 결혼 전날, 잔치 준비로 바쁜 동네 사람들 다 듣는 데서 어느 이웃이 사위 안 모자란다고 한턱내야겠다고 장모님 귀에 속삭였다 말의 진원을 밝히지 않은데다 오래된 일이라 다 잊었겠지만 딸 시집 보내놓고 베갯잇 적신 밤 수없이 많았으리 그런데도 장모님 마음 풀어줄 시 한 편 쓰지 못한 것 보면 모자란다는 말은 한턱내서 묻힐 일이 아닌 것 같다

 

 

약력: 1979년 『시문학』통해 문단에 나와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 한국문인협회 경상북도지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김천신문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며 김천문화원과 백수문학관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시집 『하늘 입』 『가둔 말』 『새로 읽은 달』등 12권을 상재했으며 시문학상, 경북도문화상, 경북예술상, 김천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