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헤매다

 


 

“어머, 저⋯⋯.”

아내는 그를 보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뒷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아내의 그런 표정에 아랑곳 않고 늘 그렇듯 미소를 띠곤 거실로 들어섰다. 2박 3일 동안 도청에서 이뤄진 정신건강교육에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기에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정신건강교육은 창조적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직무수행 능력과 행정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 명분이었으나 대부분 가지 않으려고 해 그가 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교육이었다.

“당신, 이번엔 더 많이 작아진 거 같아요.”

안방으로 따라 들어온 아내는 걱정스런 얼굴로 그의 양복을 받아들며 키를 재 보기라도 하듯 그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왜 이래.”

그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대충 보아도 그의 키는 아내의 가슴에도 못 미치었다. 꿈을 꾸어서 그래, 꿈을.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내는 그의 양복을 옷장에 건 뒤에도 한 동안 그를 바라보다 씻고 식사하라는 말을 남기곤 밖으로 나갔다. 그는 잠시 서 있다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나서 침대에 벌렁 누웠다.

꿈 때문이야, 꿈.

그는 한숨을 쉬었다. 잠을 자지 못할수록 키는 작아졌다. 키가 작아질수록 꿈은 그에 비례해서 많아졌다. 꿈은 보통 사람들이 꾸는 일반적 꿈이 아니었다. 누군가와 심하게 치고 박는 싸움이거나 혹은 그가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때리는 꿈이었다.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태어나서 지금껏 누구를 때려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심하게 언쟁을 한 적도 없었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성실하고 착한 사람으로 여겼다. 소위 법 없어도 살 사람이었다. 그는 그런 평판에 흡족해 했다. 가정에 충실했고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였다. 아이들에게도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잘 지내라고 아빠로서 충고하기도 했다. 자신 또한 성실하고 착하게 사는 것을 인생의 미덕이자 당연한 의무라고 여겼다.

그런데 누군가를 때리거나 죽을 둥 살 둥 싸우는 꿈을 꾸다니. 그는 그런 꿈을 꿀 때마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고 키는 작아졌다. 물론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면 표시가 났다. 이제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예전에 그는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다. 중학교 때는 160cm 가까이 되었고 고등학교 때는 171cm까지 나갔다. 그때 키가 어른이 되고나서도 계속 유지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무실 의자에 앉으면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싸우는 꿈을 꾸기 시작한 지가 5여 년이 지났을 어느 날이었다.

“계장님 발이 불편하세요?”

여직원이 결재 서류를 그의 책상 위에 놓으며 물었다. 그의 뒷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근무하는 다른 부서 여직원이었다. 서류는 협조공문이었다.

“발? 아니.”

그는 의자를 뒤로 빼고 슬리퍼를 신은 발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렇다고 불편한 점도 없었다. 슬리퍼를 벗고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우연히 봤는데 계장님이 항상 발뒤꿈치를 들고 계시길레 혹시 발이 불편하신가 했어요.”

“아냐.”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슬리퍼를 신고 의자를 책상 앞으로 당겼다. 그리곤 여직원이 가져온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곧이어 그는 서류를 들고 가는 여직원의 시선을 느꼈다. 뭔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어, 하며 신음소리를 냈다. 여직원의 시선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발바닥을 앞뒤로 움직였는데 뒤꿈치에 와 닿는 바닥의 느낌이 없었다. 그는 의자를 뒤로 빼고 조심스레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암 조직 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는 심정이 이럴까. 또 다시 그는 어, 하고 신음소리를 냈다. 역시 가슴에서 쿵, 하고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꿈치가 공중에 떠 있었다. 일이 센티나 될까, 그 정도였다. 그는 뒤꿈치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의자의 삐꺼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가 앞으로 쏠리며 뒤꿈치가 바닥에 닿았다. 자신도 모르게 휴, 하고 숨을 토해냈다. 그리곤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그에게 말한 여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과장한테 결재 받으려 간 모양이었다. 다시 발바닥을 여러 번 움직여보자 다행히 뒤꿈치는 바닥에 닿았다. 그러면서도 차마 엉덩이를 뒤로 빼지는 못했다. 오히려 조금 앞으로 당겼다. 10여 년 전이었다. 물론 지금은 발바닥 앞 쪽, 그러니까 발가락도 바닥에 닿지 않았다.

 

그는 침대에 누운 채 이틀 동안 꾼 꿈을 되새겼다. 평소에 집에서 잘 때에도 꿈을 꾸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낯선 곳이니 증세가 더 심해 이틀 동안 계속 꿈만 꾸었다. 이번엔 뱀과 똥이 나오는 꿈이었다.

첫날 밤 꿈은 이랬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있는데 똥이 마려웠다. 장소는 어딘지 모르는 낯선 곳이었다. 그는 급하게 공중 화장실을 찾았으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똥을 쌀 것 같았고 급한 김에 낯선 집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집조차도 모두 문이 잠겨 있었다.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어김없이 화장실엔 문이 잠겨 있었다. 그러다 화장실을 겨우 찾았으나 이번엔 오줌 누는 데만 있고 똥을 누는 곳이 없었다. 생땀이 삐질삐질 나왔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그는 소변 누는 곳에 똥을 눌까 망설였다.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은데 재빨리 누고 나오면 누가 알까. 망설이고 있는데 덩치가 크고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들어왔다. 그는 얼른 밖으로 나와 다른 화장실을 찾아 나섰지만 매양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건 꿈이야. 그는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화장실을 찾아다녔다. 드디어 똥을 눌 수 있는 화장실을 찾았고 급한 김에 바지와 팬티를 내렸다. 그런데 밖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더니 사람들이 들어왔다. 희한하게도 그가 똥을 누는 곳은 칸막이가 없는 곳이었다. 들어올 땐 분명히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사람들은 뭐라 지껄이며 소변을 누었고 그는 빨리 누고 나가야겠다고 안간힘을 쓰는데 이런, 똥이 나오지 않았다.

정리를 하자면 이런 꿈을 계속 꾸다가 밤 3시경에 잠을 깼고 그 뒤로 잠이 오지 않아 아침 기상 시간까지 비몽사몽으로 지냈다. 그러니 낮에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강사의 말은 수많은 벌떼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웽~ 소리로 들렸다.

두 번째 밤에는 어느 낯선 곳을 가고 있는데 뱀이 한 마리 있었다. 뱀을 피해 겨우 지나갔는데 또 뱀이 나타났다. 뱀을 건너뛰면 또 다른 뱀이, 이번엔 두 마리가 나타났다. 건너뛰면 서너 마리, 겨우 피해 지나가면 이번엔 수십 마리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물릴까봐 두려움에 떨면서 껑충껑충 뛰다보면 숨이 가빠왔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잠에서 깨어나서도 뱀을 피해다니는 것 같은 환상에 시달렸다. 그렇게 밤새 뱀과 사투를 벌이다보면 어느새 창밖이 뿌옇게 밝아왔다. 자신의 키가 1센티는 작아진 느낌이었다. 실제로 세면실로 가 세수를 하고 나서 거울을 보니 목은커녕 얼굴조차도 겨우 보일 지경이었다. 뒤꿈치를 들고 보면 겨우 가느다란 목이 보였다.

“어떡해요, 당신.”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는 그를 곁눈으로 보던 아내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식탁 의자에 앉은 그의 발이 허공에서 흔들거렸다.

“어젯밤 잠을 도통 못 자서 그래. 낯선 곳이니 오죽 하겠어.”

그는 건조하게 말하곤 밥을 떠서 입에 넣었다. 마른 모래를 입에 문 느낌이었다. 된장찌개를 떠서 입에 넣자 씹기가 한결 나았다. 연거푸 된장찌개 세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 갈치구이와 더덕구이가 있었지만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된장찌개로만 밥을 다 먹고는 일어섰다.

“약은 꼬박 먹는 거지요?”

아내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얕게 한숨을 쉬었다. 약은 정신과 약이었다. 여러 과를 거쳐 마지막으로 간 정신과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정신과 약은 그의 키가 줄어드는데 아무런 항거를 하지 못했다.

“네비를 업그레이드 해야겠어.”

그는 대답대신 네비게이션 얘기를 꺼냈다.

“네비가 왜요?”

아내는 밥그릇을 개수대에 놓고 수돗물을 틀면서 물었다.

“그게 말이야.”

그는 방으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한 쪽 길밖에 몰라. 그 왜 있잖아. 대구에 가려면 고속도로가 있고 국도 4차선도 있잖아.”

“그런데요?”

아내는 반찬을 냉장고에 넣다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네비는 계속 고속도로만 안내하는 거야. 나는 국도로 가고 있는데. 국도가 요금도 없고 고속도로나 진배 없는데 말이야.”

“원래 네비는 주도로만 안내하는 거 아녜요?”

“그러니까.”

그는 쓴 한약을 마신 표정을 지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대구에 가는 길을 잘 알지만 대구 시내에서 도청으로 가는 길이 매번 헷갈렸다. 그래서 아예 집에서 출발할 때 네비게이션에 도청을 도착지로 설정하고 출발했다. 그런데 톨게이트로 들어가지 않고 국도로 가자 가는 길에 계속 되돌아오라는 안내가 나왔다. 100m 전방에서 좌회전하십시오, 라는 안내가 나왔고 무시하고 계속 가다보면 또 200m 전방에서 우회전 하십시오, 라는 안내가 연이어 나왔다. 네비게이션의 여자는 집요했다. 국도 4차선에 진입하고도 몇 번 더 되돌아오라는 안내를 하더니 결국 포기하고 계속 직진하라는 차가운 금속성 음성으로 안내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구시내에서도 대충 도청 가는 길을 아는지라 복잡한 8차선 도로로 가지 않고 2차선 도로로 길을 잡았다. 그 길은 가로질러 갈 뿐만 아니라 신호등도 많지 않은 도로였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은 계속 100m전방에서 좌회전하세요, 200m전방에서 우회전하십시오, 라는 말을 계속했다. 자꾸 듣다보니 왠지 그 길로 가야할 것 같은, 가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스멀스멀 솟아올랐다. 항상 도덕과 법을 충실히 지키며 살아온 그에게는 여자의 차가운 음성에 불안감이 솟아올랐고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드러누웠다. 잠이 쏟아졌다. 매일 누구와 싸우느라 잠을 못 자니 하루 종일 잠이 왔다. 그렇다고 막상 드러누우면 잠은 오지 않고 정신이 흐리멍덩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매번 그렇듯 금방이라고 잠이 들 것 같은 느낌에서 정신이 점점 맑아오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어머.

집에 왔을 때 아내의 얕은 비명과 함께 일그러진 표정이 떠올랐다.

이번엔 많이 작아진 거 같아요.

그는 오른 팔을 들어 이마로 가져갔다. 처음 몸이 이상하게 느낄 때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벌써 10년이 지났는데도 서늘한 느낌은 아직도 생생했다.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옷을 입을 때였다. 바지를 입었는데 헐렁한 느낌이었다. 뱃살이 빠졌나. 뱃살을 빼기 위해 특별히 운동을 하거나 식이요법을 한 것이 아니었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윗옷을 입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헐렁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남의 옷을 입은 기분이었다. 팔을 앞으로 뻗으니 소매 끝이 손등을 모두 가렸다. 겨드랑이에서 찬 땀방울 하나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곤 그뿐이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지나쳤다. 다만 고개를 숙이고 옷을 한번 둘러보았다. 2년 전 아내가 세일한다며 사온 체크무늬 양복이 맞았다. 마음에 들던 옷이라 자주 입는 편이었다.

다음엔⋯⋯ 그는 음, 신음소리를 내며 오른 팔을 이마에서 내리고 왼 팔을 올렸다. 방에서 나와 현관에서 구두를 신을 때도 그랬다. 발이 쏙 들어갔다. 손가락으로 뒤를 벌릴 필요가 없었다.

“왜요? 뭐 잘못 됐어요?”

아내가 물기가 남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왔을 때 그는 구두를 이리저리 살피던 중이었다.

“근데, 원래 신발이 좀 컸었나?”

그는 이상하다는 투로 고개를 들고 아내를 바라보았다. 낭패감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어? 구두가 왜 이리 크지? 전엔 왼쪽 구두가 조금 작은 거 같다고 투덜거렸잖아요.”

“그래, 그랬지.”

또 다시 서늘한 느낌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는 잠만 자면 싸우는 꿈을 꾸기 시작한 지가 1년이 지날 무렵이었다. 그 전날 꿈에는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때리는 꿈이었다. 무엇 때문에 때리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상대방은 벽에 기대고 있는데 그가 양 주먹으로 인정사정없이 얼굴을 강타하는 것이었다. 때리고 또 때리고⋯⋯. 상대방은 맞기만 하였다. 반항하거나 그런 것도 없었다. 상대방이 곧 죽을 것처럼 쓰러졌을 때에야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온 몸이 쑤시고 아팠다. 주먹도 퉁퉁 부은 것처럼 아팠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누군지 안다면 왜 때렸는지 이유라도 짐작하겠건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런 꿈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1여 년 동안 거의 매일이다시피 꾸었고, 그럴 때마다 깨어나서는 낭패감과 당혹감에 온 몸을 떨었다.

아마 그 무렵 정신과에 갔다. 잠을 거의 못 자고, 잔다고 해도 싸우는 꿈에 시달리다보니 도대체 출근해서 업무를 볼 수 없었다.

요즘 화나는 일이 있으세요?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수 없이 스스로에게 물은 질문이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요? 업무나 아님 상사나 동료들에게나.

아뇨.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직장은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상사나 동료들에게도 업무나 대인관계에서나 신임을 받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는 성실하고 무던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술자리에 가면 끝까지 그의 주위엔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집에서는요. 사모님이나 애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말이지요?

아뇨.

그는 또다시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내와의 관계도 원만하였다. 아내는 그야말로 현모양처였다. 전업주부지만 살림 잘 하고 내조 잘 하고 아이들에게도 다정한 엄마였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고등학생인 딸도 착했다. 그에게 한 번도 대들거나 반항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고분고분했고 때로는 재롱을 부리기도 했다. 물론 용돈을 더 타기 위해서였지만 그럴 때마다 아내의 잔소리를 무시하고 한 달 용돈에 버금가는 돈을 주기도 했다.

일단 약을 먹어봅시다.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으니 마음을 편히 먹으라고 했다. 그건 의사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자신도 짐작하는 바였다. 하지만 그가 마음 편안하게 먹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성격은 느릿했고 여유로웠다. 강계장처럼 살면 세상 걱정 없겠소. 직속 과장인 황이 한 말이었다.

물론 그 무렵 이상한 건 있었다. 눈물을 흘릴 때가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렸다. 이런, 내가 나이가 드는구나, 싶었다. 아내 또한 나이가 50세가 넘어서면서 드라마를 보며 자주 눈물을 훔치니 다들 그렇구나 싶었다.

아마 그 무렵이었다.

“어? 강계장이 나보다 키가 작았었나?”

황과장이 지나가다 그의 곁으로 와서 아래위로 보며 말했다.

“글쎄요.”

그는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듯 허허 웃고 말았다. 어림짐작으로 봐도 황과장이 자신보다 5cm는 더 큰 것 같았다.

“이상하다. 강계장이 나보다 키가 큰 것 같았는데.”

황과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났다.

“맞아요. 과장님이 더 작았는데. 제가 분명 알아요.”

옆에 있는 계원인 여직원이 말했다.

“그런가?”

그는 또다시 허허, 웃고 말았지만 서늘한 기운이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그때쯤 분명하게 자신이 예전보다 작아졌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서서히 그랬는지 아니면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그렇더라, 인지는 잘 판별되지 않았다.

 

다음날 과장에게 교육다녀 온 것에 대해 보고를 하고 나자 기획실에서 전화가 왔다. 누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당장 조치하라고 했다. 그는 서둘러 시청 홈페이지로 접속했다.

‘쓰레기더미로 난장판이 된 낙동강 자전거 쉼터’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재빨리 클릭했다. 정부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낙동강 사업을 하고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는데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었다. 낙동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형성되어 있는데 군데군데 나무 의자가 설치된 쉼터가 있었다. 그 어느 한 곳에 사람들이 캔이나 병 쓰레기를 버려 많이 쌓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세금을 받고 사는 공무원들은 도대체 그런 일도 안 하고 무엇 하냐며 힐난성 글로 마무리 되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자신이 국가시책으로 조성된 자전거도로 주위를 깨끗이 하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였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직접 가서 보고 처리할 생각이었다.

“계장님이 직접 가시게요? 천 씨가 할 텐데요.”

앞에 앉은 정주사가 말했다. 물론 그런 일은 기능직인 천 씨가 담당이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자신이 직접 처리하고 자유게시판에 사과의 글과 함께 처리했다는 글을 직접 올리고 싶었다.

“같이 가보지.”

그가 책상 위를 정리하자 정주사는 휴대폰으로 천 씨에게 빨리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계장님은 그냥 계셔요. 천 씨가 다 알아서 할 거예요.”

정주사는 그렇게 얘기했지만 그는 여기서 밀릴 수는 없다는 각오를 다졌다. 계속 한직으로 밀리다 공원관리 주무로 왔다. 시민들과 직접 접촉할 일이 없다는 이유였다. 물론 과장은 배려라고 했다. 그가 아무래도 몸이 작아 불편하니 시민들과 부딪칠 일도 없는 곳으로 발령냈으니 마음 편안하게 근무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자꾸만 막다른 골목으로 쫓겨나는 기분이었다. 물론 지금의 부서가 민원인들과 직접 접촉할 일이 없으니 편안하기는 했다. 하지만 뒤에서 쑥덕거리는 소리를 안 들으래야 안 들을 수 없었다. 민원인들과 직접 접촉하는 부서를 피해서 좋다는 둥, 말들이 나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로 하는 일은 키가 작다고 해서 못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인사이동철이 되면 괜히 불편해지는 것이었다. 다들 그가 자신들의 부서로 오는 것을 마뜩치 않았다.

“에이, 계장님은 계셔요. 제가 얼른 처리하고 올게요.”

언제 왔는지 천 씨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냐, 같이 가자구.”

그는 천 씨 쪽으로 다가갔다. 키가 천 씨의 가슴께까지 왔다.

“그냥 계셔요. 핑, 갔다 올게요.”

잡을 새도 없이 천 씨는 출입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저렇게 빨리 가면 따라 잡을 수 없었다. 그는 천 씨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의자에 앉았다. 의자는 방석 4개가 올려져 있었다. 천 씨는 관용차로 갈 것이기에 자신의 차로 따라가면 되지만 오지 말라는 완강한 표현에 그는 포기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 같으면 서로 그와 출장을 가려고 했다. 그와 함께 가면 일을 까다롭게 시키지도 않을 뿐더러 끝나면 술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부서원들이 자신과 동행하기 꺼린다는 것을 알았다.

점점 동료들은 점심 먹으러 갈 때조차도 자신에겐 말도 하지 않고 갔다. 퇴근 후 부서 모임에도 자신을 부르지 않았고 누구 하나 술 한잔하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여전히 밤새 누군가와 싸우는 꿈을 꾸었다. 상대방이 아는 사람이기도 했고 모르는 사람이기도 했다. 어떨 땐 고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보지 못한 동기와 싸우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는 깨어나서도 어이없어했다. 물론 동기와는 학교 다닐 때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싸우지도 않았다.

그는 외로웠다. 시민들과 접촉하지 않는 주무에다 부서원들마저 그를 투명인간 취급하니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는 그 날 밤 꿈을 꾸었다. 혼자 여행하는 꿈이었다. 근데 가고자 하는 곳을 찾지 못해 조바심에 허둥대었다. 네비게이션을 켰지만 이상하게 가다보면 막다른 곳이 나오기도 하고 산길이 나오기도 했다. 네비게이션을 끄고 가자 이번엔 낯선 곳을 헤매었다. 그러다 지쳐 가까운 모텔로 들어갔다. 모텔 주인이 나오는데 직장 여자 부서원이었다. 부서원은 그에게 객실 키를 건네주며 여자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는 필요 없다고,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 키를 받아 객실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있는데 노크소리가 났다. 그가 문을 열자 처음 보는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자연스레 여자의 어깨를 두르고 침대로 갔다. 순식간에 그들은 알몸이 되었고 서로의 몸을 탐했다. 그리고는 여러 체형의 섹스를 했고 너무나 황홀했다. 결국 그는 절정의 순간에 사정을 했는데 여자의 얼굴을 보니 여자 부서원이었다. 놀람과 동시에 그는 꿈에서 깼다. 손을 팬티 속으로 집어넣었다. 아랫도리가 축축했다. 순간 수치감이 몰려왔고 고개를 돌렸다. 아내는 얕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일어나 옷장에서 팬티를 꺼내 거실에 있는 욕실로 갔다.

허참.

그는 어이가 없었다. 이 나이에 몽정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매일 보는 부서원과 섹스를 했다는데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실제로 부서원과 한 것처럼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잠옷 바지와 팬티를 벗고 샤워기로 아랫도리를 씻으며 아내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는 지금껏 바람피우기는커녕 아내외의 다른 여자에게 눈길 한 번 준 적이 없었다. 하물며 예전에 회식하고 노래방에서 동료들이 도우미를 강제로 그의 품에 안겨주었을 때에도 슬그머니 그 자리를 빠져나오곤 했다. 외도를 한다는 것은 그의 도덕과 윤리의식에 상당히 반하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이 외도를 할 때에도 속으로 엄청나게 화를 내었다. 그러면서 그런 인간말종과는 상종을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런 그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그것도 매일 보는 부서원 여자와 섹스를 하다니. 물론 꿈이라지만 그는 실제로 한 것처럼 죄책감에 몸을 떨었다.

시장은 그에게 은근히 명퇴를 요구했다. 명퇴를 하면 과장으로 승진이 되며 명퇴 수당과 연금을 받으면 다닐 때의 월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다녔다.

사람이 살다보면 항상 나쁜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도 기쁜 일이 생겼다. 물론 매일 밤마다 누군가와 싸웠지만 대학 졸업반인 그의 큰아들이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아내에게서 들었다.

“글쎄, 눈물이 막 나오지 뭐예요.”

아들에게서 합격 소식을 듣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말했다. 그도 코끝이 시큰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그에게 말을 하고나서도 계속 눈물을 흘렀다. 그는 직장에 출근해 주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으나 모두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기에 말을 할 기회가 없었다.

무탈한 생활이었다. 그는 여전히 매일 밤 싸웠지만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직장에서의 명퇴압력에도 꿋꿋이 다녔다. 비록 투명인간이나마 직장에 다니고 있고 또한 곧 결혼을 할 아들을 생각하며 근검절약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내 또한 식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오전에 나가 밤에 들어오는 생활이었지만 둘째가 대학을 앞둔 상황이라 하루라도 더 젊을 때 돈을 모아야겠다고 아내는 말했다.

키가 점점 작아지면서 친구들도 그에게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초등학교 동창회조차도 연락이 없었다. 그 또한 이런 몸으로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서 동기들을 만날 자신이 없었다. 더구나 여자 동기들은 더욱 더 그랬다. 여자 동기들 중에는 그와 섹스를 한 여자도 있었다. 물론 꿈에서 그랬지만 황홀하고 생생한 느낌은 실제와 다름없었다.

아들이 직장에 들어간 지 1년이 지난 어느 일요일 아침에 아내는 아들한테 여친이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 대학 나왔고 서울에서 직장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집도 서울이라고 했다. 그는 그럼 당장 집으로 데려 오라고 했다. 자고로 남자는 결혼을 해야 생활이 안정이 된다는 입장이었다. 아들도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 그쪽 부모와 상견례 날짜 잡으면 되잖아.”

그는 아들이 어떤 여자와 결혼한다고 해도 찬성할 생각이었다. 아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근데, 그게 저⋯⋯ 상견례를 하면⋯⋯.”

아내는 머뭇거렸다.

“왜, 무슨 문제 있어?”

“그게 아니고, 상견례를 하면 양가 부모 모두 만나야 하는데⋯⋯.”

“만나면 되지. 장소가 문제야? 우리가 서울로 가든지.”

그는 머뭇거리는 아내의 태도에 미심쩍은 구석이 있어 자신도 모르게 음성을 높였다.

“그렇긴 한데⋯⋯.”

그만합시다, 하고 아내는 일어섰다. 아들이 오면 그때 얘기하자고 했다. 그는 어떤 서늘한 기운이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래야 될 것 같았다. 아내는 10시쯤에 식당에 간다며 상을 차려놓았으니 국만 데워서 식사하라고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휴일 낮이나 저녁을 혼자 먹는 게 익숙해졌다. 평일 저녁도 혼자 먹었다. 처음에는 뭔가 어색했는데 자꾸 먹다보니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아내가 출근하고 난 뒤 그는 점심을 먹다가 텔레비전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노모와 아들이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상봉하는 장면이었다. 울컥, 하고 목이 메여 한동안 밥을 먹지 못했다. 눈시울이 뜨거웠다.

아내와 그런 말을 한 후 며칠 후 그는 경찰서로부터 출두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사기혐의였다. 그의 명의로 된 사람이 서울의 한 게임방에서 사이버머니를 사기쳤다고 했다. 금액은 300만원이 넘었다. 이틀 후 오후 2시까지 경찰서로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간다고 하자 여자 경찰은 사이버수사대로 나오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찰서에 가 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했다. 자신은 게임을 할지도 모르고 더구나 서울에 간 적이 없었기에 마음은 놓였지만 불안한 마음은 있었다.

여경 앞에 앉으니 꼭 죄를 지은 것 같았다. 여경은 한참동안 컴퓨터를 바라보더니 이런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데 선생님이 범인이 아닌 줄 알지만 어쨌든 조서를 꾸며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3개월 전 몇 월 몇 일 서울에 간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몇 년 동안 서울에 간 적이 없다고 하자 여경은 컴퓨터 자판을 두들겼다. 튀니지라는 게임 아세요? 전혀요. 또 자판을 두들기며 말했다. 그 게임업체에서 선생님 명의로 300만원 게임머니를 사기쳤다고. 몇 가지 더 물었지만 형식적인 물음이라 사실대로 대답했다. 서울의 청량리 한 게임방에서 범행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런 일 자주 일어납니다. 개인정보는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경은 위로의 말을 던지며 종이를 내밀었다.

“자, 이거 읽어보시고 지장 찍어주세요.”

여경과 자신이 한 말이 대화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대충 읽고 이름 옆에 지장을 찍었다. 여경이 휴지를 내밀었다.

“집에 가셔서 튀니지 게임 사이트로 회원탈퇴 요청을 하세요. 신분증 복사해서 보내면 선생님 명의로 그 게임 사이트에 회원 등록할 수 없습니다.”

그는 공손하게 여경에게 인사를 하고는 경찰서를 나왔다. 혐의가 없다는 데에 안도감을 느꼈지만 경찰 앞에서 조사를 받은 자체로 가슴이 아팠다.

며칠 후 아내는 아들한테 전화가 왔는데 상견례는 생략하고 곧장 가을에 결혼식을 올렸으면 한다고 했다. 가을이면 2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도리가 아닌데. 그는 중얼거렸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나 꼭 해야 한다고 우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돈 간에 인사야 결혼식 끝나고 피로연 자리에 따로 자리를 마련한대요.”

아내는 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아내는 전세값이 너무 비싸니 결혼 비용은 얼마 정도가 들까, 여러 말을 했지만 그는 잠자코 있었다. 처음인데 남들처럼은 해야 될 텐데. 그가 방으로 들어오는데 아내가 혼잣말로 했다.

그날 밤 그는 꿈을 꾸었다. 화내는 꿈이었다. 대부분 그렇듯 상대방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상대방에게 엄청 화를 내었다.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분해 죽겠다는 듯 그는 따지며 화를 냈다. 상대방은 변명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했다. 밤새 모르는 사람에게 화를 내다 새벽에 잠이 깼고 더 이상 잠이 들지 못했다. 아침 7시가 되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욕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한 달 후 아들은 결혼할 여자를 데리고 왔다. 키가 크고 얼굴이 시원스레 생겨서 그는 마음이 흡족했다. 아내 또한 흡족한 눈치였다. 절을 받고 보니 이제 아들이 장가를 간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절을 끝낸 아가씨는 그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가정교육이 잘 돼서 그런 거야. 그는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고 했다.

“그래. 잘 왔다.”

그는 어른답게 덕담 한 마디 하려고 했지만 자꾸만 눈길을 피하는지라 입을 다물었다. 아내와 아들은 예단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그도 함께 얘기를 하려고 했지만 아내는 피곤할 텐데 방에 들어가 쉬라고 했다. 그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드러누워 오른 팔을 들어 이마에 댔다. 막상 드러누우니 피곤이 몰려왔다. 잠이 쏟아지다가도 막상 베개에 머리를 대면 잠이 달아났다. 그는 눈을 감고 한동안 있다가 물을 마시기 위해 문을 열려는데 아들의 아빠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문을 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그러게 말이다. 아마 안 가시겠지.”

아내의 말이었다

“꼭 안 와야 해요. 이 사람 집에는 아빠가 편찮으셔서 못 오는 걸로 할게요.”

아들의 말이었다.

“알았다.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네 아빠 결혼식장에 못 가게 하마.”

아내의 말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 그는 돌아와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날 밤 그는 꿈을 꾸었다. 차를 타고 가는 꿈이었다. 어딘지는 모르는데 네비게이션은 자꾸 돌아오라고 명령했다. 100m앞에서 좌회전 하십시오. 200m 앞에서 우회전 하십시오. 그는 꼭 가야한다는 절박함으로 네비게이션의 여자의 말을 무시하고 달리면 그 여자 또한 집요하게 좌회전 우회전을 외쳤다. 아냐, 계속 가야해. 돌아가면 갈 수 없어. 그는 안간힘을 쓰며 차를 몰았다. 계속해서 네비게이션의 여자는 죄회전 하십시오, 우회전 하십시오, 를 외쳤다.

 

고창근/경북 상주 출생 소설집 『소도(蘇途)』『아버지의 알리바이』『나는 날마다 칼을 품고 산다』장편소설 『누드모델』『존재의 이유』『신윤복, 욕망을 욕망하다』서양화 개인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