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성찬

 

부산역 뒷편 공터 무료 급식소

생을 저당 잡힌 이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표정이 한결 같이 굳어 있다

 

막차가 떠났다

담배를 꺼내 어둠을 길게

당겼다가 훅- 불어낸다

돌아갈 수 없는 몸뚱아리 

앙상한 갈비뼈 마저

지나가는 ktx 레일 위에 

통째로 던져 주고 싶었다

 

첫 차는 새벽 다섯시 서울행 KTX

안내 방송이 나간 직후

철도경찰 구두들이

요란스럽게 달려와

꾸던 꿈 마저 포박한다

 

대합실 곳 곳에서는 쫒고 쫒기는

활극이 리얼하게 상영 중이다

 

누군가 닳도록 밟고 갔을

지하도 복도 한켠 

바닥에 얹어본 시린 손

따습은 고향집 아랫목이 그립다 

신문지로 바람을 꼭 꼭 막고

잠을 청해보지만

자꾸 새어나오는 노숙의 

 

꿈은 마구 흥클어져 혼돈 속에 빠져 있다



 

서포를 추억하다*




                            1


백련 포구 얕은 바다 건너


큰골 허리등논배미 초옥


언덕배기 소나무숲 사이로


쪽빛 바다는 거친 바위틈을 벌린다  


바람의 씨앗으로 잉태되어 자란


뒤틀린 흑송의 삶 껴안는 앵강바다 


어머니 안부 돛단배에 실려오네


이름모를 풀들과 몸 비벼대며


한 땀 한 땀 채마밭 일구고


고단한 흙발로 걸어온 만월


선반에 올려둔 그릇안에서


달거닥거리던 삼경 무렵


아주까리 등불 밝혀


  


'오늘 아침 어머니 그리워 시를 쓰자 하나* *


쓰기도 전에 눈물이 가득하구나' 


  


어머니 생신날 지은 시 읊조려 보다가
승상 계옵신 북천하늘 바라보며


불충했던 마음 뜯으며 자책하던


삼경 무렵


아랫마을 마지막 등불 꺼질 때까지


못 이루던 잠은 혼돈이었다


  


                 


             


          2 


삿갓처럼 엎어진 섬 등에 지고


돌아나오는 길


소금바람 찾아와


헤진 꿈들 누덕누덕 기워 덮은


지붕 들춰보고 있다


파도가 가끔 엿보고 가는 


적소를 뒤돌아보며


곧게 살았거라 곧게 살아가거라


어머니 당부 떠올라


불효한 날들에 얼굴 붉어져서


뱃전에 기대 있을 때


내 볼 스쳐가던 두셋바람


은빛 톱날 되어 사백년 웅크린


노도섬의 결(結)을 잘게 썰어  


귀양바다 저 바다


눈물바다 저 바다


한 뼘 한 뼘 메우고 있다


  


-졸시집 파란 스웨타 수록  


 


* 서포 김만중 조선시대 최초의 한글 소설을 지었으며 숙종 재위 때 인현왕후 폐출에


    반대하다가 남해 노도에서 귀양 중 병사 했다


  **노도 유배지에서 어머니 생신날 지었다는 시천시


  


 

59년  대구 출생

92년 kbs.심상 공동 공모전 당선

2012년 파란 스웨타 출간

현제 카톨릭 문인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