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르륵 랩소디

 


 

 

안녕, 꽃들아 우리 연애할까

봄이 오나봐, 연애하고 싶으니 봄이 온 거지

문 밖으로 긴 꼬리를 끌며 사라진 너의 길 위에 서서

연분홍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너의 우울을,

등 뒤로 흘러내리는 안개꽃 같은 네 손짓들을 보았지

안녕, 우리 연애나 할까

우리의 하루는 지상에 단 한 번의 기회

지금 우리의 봄인 거지, 그들이 온다잖아

온 세상이 다 웃고 흐드러져도 네가 나를 울지 않으면

우리는 흔적 없이 없는 것들이 되는 거야

버려진 가면 사이로 빛나던 허황한 눈빛을 끌어안고

불면의 하데스를 위하여 노래를 부르고

젊었던 오르페우스의 사랑처럼 영원한 리라가 되자

해마다 오는 봄이라는데 우리의 봄은 멀리 흘러갔지

동무들과 목젖이 보이도록 웃으며 네가 떠날 때

허공에서 큰 소리로 네 이름을 불렀을 때

샤갈의 하늘에 떠서 인형처럼 딱딱한 다리로 헤엄을 치면서

더 큰 소리로 네 이름을 불렀을 때

붉은 장미꽃들이 우박처럼 떨어지고

푸른 잎들이 우레처럼 피어났다고 했던가?

우리는 각각의 우주가 다른 투명한 비눗방울과 방울

서로를 넘어서지 못하고 부딪혀 깨어지고 잊어버렸지

그리고는 동무들과 큰 소리로 웃으며 너는 달려가 버렸지

웅크려 밤을 지새우고

숨죽여 눈물을 위해 노래를 흥얼거리고

내가 더 어두워졌을 때에도 네 웃음소리는 들려왔어

내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내가 좋아서 네게 주었을 뿐인데

그게 최선은 아니었던 거라고

이봐 안녕, 우리 연애라도 다시 할까?

이번엔 네가 좋아하는 것을 줄게, 꽃아

 

 

 

봄눈이 가렵다

   

 

그대라는 꽃잎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어색하던 첫 만남처럼

쑥스러운, 무성한 그대의 안부가 훌훌 날아온다

뭉텅뭉텅 어디에 숨겨두었던 말인지

손을 내밀면 금새 눈물로 글썽이는 솜눈이

하염없을 것처럼 내려오고 또 내려오고

닿자마자 사라지면서도 무심코 던지던 말처럼

내 어깨를 툭 툭 건들고 가는구나

꽃잎같은 그대

그 날의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길

간신히, 손 내밀어 잡지 못하던 고요를 뭉치며

주머니 속의 손난로만 만지작거렸었지

두 마리 짐승만 남아 서로의 어깨를 물어뜯으며

여우 구름 피어오르는 골짜기에 묻히고 싶다던

그 생각이 차갑게 뺨을 때린다

잊혔다고 접어버린 마음 위에 봄눈 흩날린다

산벚꽃 질 때처럼 글썽이는 입술

더 이상 만질 수 없는 눈 시린 그대

불투명했던 겨울을 보내는 마지막 인사는

가볍고

차갑고

쓸모없는 잔정처럼 무책임한 봄눈 같았다고

봄눈 날린다

 

 

 

 

진란 약력

전주 출생, 2002년 계간《주변인과 》편집동인으로 작품 활동,

시집 『혼자 노는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