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배          

 

 

바람 잠잠해지자

다문 입이라기도 하고

마른 눈이라기도 하는

주술의 반이 욕인

선무당이 왔다.

 

선무당은 교활했다.

굳게 다문 입으로 신음을 터트리며

겨우 마른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자

잔잔하던 우물은 끓어 넘쳐

다시 거친 풍랑이 일었다.

 

번번이 그랬다.

선무당의 입에서 신음이 터지고

겨우 마른 눈물이 떨어지면

안간힘으로 곧추 서 버티던 방주는

풍랑을 못 이겨

우물 아래로 가라앉거나

배를 뒤집었다.  

 

결국 주술은 다 욕이어서

그런 그 날

많은 여자와 사내들이 방주를 잃었고

그런 그 날 이후

방주를 잃은 여자와 사내들은 오래

광장과 거리를 떠돌았다.

 

 

 

 

 

 

 

기미幾微

 

기미가 있었던가.

 

첫 번째 터널을 지나니

들어서기 전까지 전혀 기미가 없던 하늘이

비를 뿌렸다.

 

게릴라성 소나기려니 금세 지나가려니 하고

두 번째 긴 터널을 지났더니

비는 호우로 바뀌어 있었다.

 

갈까 멈출까 고민하다가

세 번째 터널까지 지났는데

비는 드디어 장막을 쳤다.

 

슬픔은 이렇게 소나기처럼 와서

터널에서처럼 잊히다가

터널을 지나면서 점점 더 거세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치유되지 않은 슬픔은 더 그렇다.

 

이제 그만 하자고?

 

기미는 여전하다.

 

 

 * 약력

남 태 식

2003년『리토피아』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내 슬픈 전설의 그 뱀』『망상가들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