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올 여름 상사화 꽃 보지 못했네.

 

전 해 피웠던 상사화 그 자리

새벽마다 기웃거리지만

못내 상사화 연한 살빛 만나지 못했네

 

몇 달 전 마당 가운데 수도관을 묻으며

내내 우려했지만

상사화는 종내 피질 않았네

 

가슴 한쪽 웅크리고 앉아

평생 떠날 것 같지 않던

첫사랑 기억

저만치 혼자 있네

 

힐끗 돌아보니

홀로 아련한 불꽃 한줄 피우고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네

 

여름햇살 온몸으로 반짝이며

상사화 끝내

피질 않았네.

 

 

 

 

지네

 


 

지네 발가락의 수는 알 수 없다.

봄이 되면

월동을 마치고 어김없이 찾아든다.

아내는 이월 초순에 지네를 만난다.

능숙한 솜씨로 지네를 잡아 노끈에 맨다.

 

달은 훤한데

지네는 잡혀 달 속에 있다.

 

지네가 슬슬 달을 갉아 먹는다.

 

시월 가을바람이 깊어지던 어느 날

아내는 폐경을 만났다.

 

 

남효선 약력

 

1958년 경북 울진서 나다. 동국대학교 국문학과와 안동대학교 대학원 민속학과에서 공부했다. 1989년 『문학사상』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 『둘게삼』 시화집 『눈도 무게가 있다』외 다수 있다. 民俗誌 공저『도리깨질 끝나면 점심은 없다』『남자는 그물치고 여자는 모를 심고』외 다수가 있다. 시민사회신문 전국본부장을 역임하고 현재 아시아뉴스통신 기자로 일하고 있다. 울진군축제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