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내 방에는 엄마가 없다

 

한 번도 엄마가 된 적이 없는, 나는

엄마의 모든 이름을 몰래 숨기고

엄마를 표절한다

 

표절은 가슴에 표절이란 이름표를 달지 않는다

표절은 표절만 꿈꿀 수 있으므로,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없는 표절이 갇힌 방

거울은 없다

 

엄마의 심장을 표절하고, 끝도 없이 엄마가 되기를 표절하고, 엄마로 늙어가기를 표절한다

거울은 없다

 

나는 엄마가 벗어둔 옷을 최대한 헐렁하게 걸치고 엄마의 최대값을 숨긴 엄마의 좌표를 겹겹이 껴입고 표절과 표절이 만나는 x축과 y축의 절정에 대해 궁리한다 그 궁리의 벼랑 끝에서 망설이지 않고 엄마를 벗어 버린다?

 

완벽하게 엄마를 표절하는, 결코 늙지 않는 표절

엄마는

 

표절이 꿈꾸는 궁극이며

표절의 표절조차 찾아오기 힘든 너무 먼 표절이다

 

느닷없이, 죽는 표절이다

 







시의 귀  

 

 

귀를 잘라 버리면

전설 같은 이야기가 남는다지요

 

귀만 남는 전설이 될 수도 있다지요

 

눈도 사라지고

코도 사라지고, 입도 사라지고

얼굴마저 뭉개진

무시무시한 전설이 될 수 있겠군요

 

전설이 되려 해요

 

기억할 수 없는

물고기였던, 파충류였던, 거대한 포유류였던

먼 자궁의 자궁을 걸어온

전생이고 후생이었던

무거운 귀를 벗을 수 없어서

벗어서 걸어둘 고리가 없어서

귀를 잘라요

 

잘린 귀에서

아무도 모르게 귀 하나가 새로 자라

 

때론 눈이 되고

코가 되고, 입술이 되어

 

잘린 귀의 전설을 폭로하더라도

귀를 잘라요

먼저 전설이 되려고 해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에 관한 시작과 결말 같은,

 

전설이 되려 해요









 

1,  2009 불교문예 등단

   

    시집 < 여기가 거기였을 때>

 

2, e-mail : jandi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