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없는 한 끼 

 


 

 

비좁은 뚝배기에서 끓고 있는 초복

머리가 없는 이열치열이다

 

묘한 체위다 갓 병아리 티를 벗은 어린 것이 다리를 꼬고 누워있다 거름더미를 헤치던 두 발처럼 젓가락 한 벌이 연한 몸을 발라낸다 발 없는 한 끼, 보양이 되는 맨살. 머리를 버린 몸뚱어리가 뜨겁다

 

꽉 차 있는 속을 가만 보니 제 것인 것이 없다

그 누구의 위장 속인들 제 것인 것이 있겠는가

 

곡물을 먹던 습관을 예우하듯 내장 빠진 자리에 온갖 곡물이 꽉 차 있다 콩팥처럼 도드라진 대추 한 알이 찌그러진 절기처럼 박혀있다 연한 갈비뼈 그늘진 곳에 서식한 일까 머리를 버린 사람처럼 인삼 한 뿌리 누워 있다

 

오롯이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날개

얼마나 무책임한 위안인가

삶도 계도 아닌 뜨거운 몸

발 없는 한 끼 식사다

 



화투, 꽃 전쟁

 

 

 

, 불면 금세 바람에 흩어질 것 같은

민들레 씨앗 같은 머리들이

둘러 앉아 꽃판을 벌인다

 

백 원짜리 동전을 틀니 앞에 쌓아두고

남은 세월 주고받는다

 

난초를 내주고 흑싸리 붉은 싸리 들고 꽃 그림자를 쓸라치면

기러기 몇 마리 날아간 자리에 공산이 떠오르고

패 뒤집히듯 국진에 서리가 내려앉는다

 

캐시미어 담요위에 꽃판 벌어지고

뒤집을 패 몇 장 남지 않았어도

이미 화투판 판세는 기울어져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돌아봐도 낙장불입의 순간이 떠오르지 않는

희끗희끗한 패짝들

 

이 판은 내가 갖고 다음 판은 네가 갖고

오고가는 판 사이에 막걸리 두부김치가 차려져도

몇 푼 은전을 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가 이기고 진 것도 없이

패 들여다 본 사이 개평 쌓이듯 늙어버렸다

늙은 세월 골고루 나눠가졌다

 

 

 

채 들 | 2005년 《불교문예》와 《월간문학》으로 등단. 23회 새벗문학상 수상. 저서로는 시집 『허공 한 다발』, 어린이그림책 『복숭아씨 하나』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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