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땅심 깊은 곳에서 열기가 너울너울 솟아오르던 어느 여름날 소 몰고 
가던 오빠야 좇아 잠자리채 어깨 메고 탱자나무  달려 들판 지나 
강둑에 올랐다.  잠자리채 아무리 내저어도 잡히지 않던 말잠자리 
오빠야가 잡아 하나   손가락에 끼워 주며 

손가락 조심해라 물린다 

놀라 날려보낸 말잠자리에 정신 팔려 쫓아 다니다 풀섶에서 
잃어버린 검정고무신 

찾아서 집에 오너라 

해넘이쯤 소 몰고 집으로 가버린 오빠야 어스름 엷은 구름 사이 고개 내민  
휘영청 중천에 걸린 온달이  한복판에 하나   있었다찾아나선 오빠
 등에 업혀 

반딧불 소근소근 -소근-대던 그으날-- 천년을 두고-- 맹새 하자던

흥얼거리던 유행가 한소절  끝나기 전에 스르르  들던   여름 
나고 가을 초입 

 

  없는 나라  
오빠가 서둘러    따라 전기가 들어오고 버스가 먼지 잔뜩 일어키며 
비포장길을 돗대처럼 흔들리며 달려 왔다 

탱자나무  싸한 내음 과수원 막아선 울타리 
지금은 없다.  

  펼치면  아름 안겨올  같은 영혼의 고향 
 탯줄 묻은 강둑 길섶 
 어디쯤 아직도 숨어 있을  같은 반질반질  닳은  
검정고무신.  

   

       


 수성못 /2

 

 

천만번씩이나 만났던 그와 나 전생 인연이

시간이라는 켑슐에 담겨 강심 깊은 곳에 박혀있는

유년 내력 고스란히 품고  있는 못

시린 가을 하늘 높게 걸린 거울에 투영된 낮달이

물비늘에 실려 흐르던 못

2005년 이상화 백일장 입상 후 발갛게 물든

저녁 노을이 우리 다정한 모습 사진 찍어 주던 못

작가회의 송년회 마치고 호젓한 방죽길 그와 걷던 못

흙이 된 그가 생각 날 적 마다 방죽에 올라

쪼그리고 앉아 울던 못

입술 오무리고 나즉히 그의 이름 불러보면

메아리 된 그가 갈앉은 목소리로 대답 하는 못

그날의 언약 잊기야 했겠는가

주름 물결로 내게 다가와 속삭이던 못

세월의 두께가 자꾸 쌓여 희미해지는 기억들을

내마음 한복판에 판화로 새겨 놓은 못




59 대구 출생.93년 심상 등단


2012년 졸시집 파란 스웨타 출간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