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꽃


 

 

 

 

 

늦은 날, 눈발 뿌리는 아침

 

그대 따스한 손길이 스쳐간 책상 위에

 

커피 한 잔 동그라니 앉아 있다

 

모락모락 꽃을 피우고

 

자기 몸 바수어 허공에 풀어내는 향기는

 

한 조각 지워지지 않는 꽃문신

 

훗날 언젠가

 

고요히 볕드는 창가에서 다시 피어날 거다

 

그대 향기 하얀꽃  

 

 

 

 

 

 

 

 정선아우라지


 

                   

 

새벽 수채화 밑그림에

방금 샤워 끝내고 나온 노랑 올동백

이슬방울 똑똑 흘러내린다.

 

겹쳐지고 부서지는 두 줄기 물결은 버들처녀와 여랑총각

바위 적시며 살 섞는 소리, 우당탕 퉁탕 수천의 죽은 달이 떠내려간다.

 

날마다 죽음을 관통한 만남은 생명을 잉태하고

삶의 경계에서 울음소리 더 크다.

 

만나자 헤어짐에 퉁퉁 부은 눈, 그날 밤

머리 풀어헤치며 몸을 던진 그대는 급물살 소용돌이에 감겨 사라졌다.

 

산길에서 골똘히 바라보던 늙은 소나무가

한숨을 캐며 조용히 솔가지를 흔들었다.

 

얼마나 더 흘러야 다시 만날까

물 따라 흘러 흘러가는 건 바람이 아니라 그리움이야

 

물안개 하얀 젖줄 물고 찌걱찌걱 빈 나룻배 하나 떠간다.




대전광역시 출생, 1978년 『시밭』 동인으로 작품 활동, 시집으로 「말똥,말똥」등이 있음, 에코데일리문화부장, 가톨릭독서아카데미상임위원, 서울특별시교육청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