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들의 사원

 

                                   

찰가닥거리는 상주(尙州)

세상에 바퀴를 달아준다

새벽 강 뿌옇게 부풀어 오르면

바퀴들이 깨어나고

바퀴가 바퀴를 돌리며 위 아래로 굴러간다

삼풍교 오르막 휘돌아 오르면

묵언정진하는

바퀴들의 사원이 있고

아침 강심 속으로 쇳소리를 내며

녹빛 경을 읽는 소리 자욱 지나고 있다

자꾸 깨지고 아픈 길들을 내놓으며

세상은 삐딱하게 철거덩 철거덩 굴러가고

사원에서는 새 바퀴가 태어나고

은빛 호각 소리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있다

 

 

 

 

여남포 길

                             

 

마름모꼴로 사방에서

벽 기어오르던 꽃들은 모두

어디로 몰려가 졌을까

똑 같이 피어서 매일 밤 천정 쪽으로 몰리기도 하고

바다 밖으로 쏠리기도 하면서

거친 바람벽 건너뛰던 목단 꽃

갈라진 틈으로 물 냄새 스미던

그 바닷가 벽은 어디에 서서 견디고 있을까

꽃놀이 패 위로 다시

공산의 달이 떠오르던 그날은

어디에 앉아있을까

가만히 물이 높아졌다가

슬며시 빠져나가버리는

거기

누가 가슴 치며

자꾸 열리는 길을 닫아걸고 있을까

 

김만수: 포항생. 1987년 <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장시<송정리의 봄>

                 시집<소리내기>.<햇빛은 굴절되어도 따뜻하다> <오래 휘어진 기억>

                       <종이눈썹>. <산내통신>. <메아리 학교>. <바닷가 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