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외 1

 

 

 

현무암 맷돌에 콩을 간다

콩 한 줌 넣고, 노래 부르면

물 한 종지 넣고, 노래 받으며

부드럽게 갈아야 제 맛이 나는 법

 

현무암 다공절 사이, 곡식이 들어가

영양소의 파괴가 적어 몸에 이로운 것

곡식이 들어와 곱게 빻아지면,

삶에 지친 이들의 먹거리가 된다.

 

마소를 이용하는 연자매,

둥글고 판판한 돌판 위에

작지만 둥근 돌을 옆으로 세워

아래 위가 잘 맞아야 술술 돌아간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곡식들이

하얗게 부서져 가루가 되는

먹거리들의 찬란한 공덕을 위하여

온몸으로 갈아내는 이 수고로움.

 

세상의 거친 껍데기들을 모조리 벗겨

알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연자방아, 맷돌

 

대저, ()란 무엇인가?

온몸으로 세상을 갈아내는

이 순수한 노동의

절차탁마(切磋琢磨) !

 

 

 

아침 이슬

 

 

 

아침 이슬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비단 칠공팔공만이 아니다.

 

새벽 거리를 고양이처럼 걸었거나

단봇짐을 싸서 고향을 등질 때

바짓가랑이 적시던 이슬처럼,

신새벽, 효성을 기억하리라

 

마침내, 포도(鋪道) 위에서

종이를 태우며 아픈 눈물을 흘리던

최루탄의 추억 때문이다

 

눈두덩을 비비며

눈물 콧물 흘려본 사람의

긴 밤 지새운 아침 이슬의

기억이란 무엇인가

 

이제 더 이상, 슬프다

허무하다, 덧없다, 하지마라

아침 해가 찬란하게 떠오르면

시나브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또한, 운명이다.

 

대저 인생이란,

아침 이슬과 같다고

조조는 말했다.




약력>

  1954년 경북 금릉 초실에서 출생

  1983년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작품 발표

   * 시집 “흉어기의 꿈” (1985년 서울 온누리)

         “아이들은 내게 한 송이 꽃이 되라 하네” (1990년 실천문학사)

         “별” (1994년 도서출판 사람)

         “나무들의 사랑” (2003년 문예미학사)

         “내 마음의 수평선” (2007년 시와에세이)

   * “분단시대”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