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1

 

                                                                   나병서

 

 

바람은 느티나무 잎사귀를 흔들고 있었다

구름은 낮게 흐르고 어린 고추잎사귀 사이로  무언가 열매의 모양이

돋아나고 있었다.

 

첫 글자에는 뿔이 돋아 있었다

 

비가 올 것임으로 움막 천장위 비새는 곳을 찿아

천원짜리 지폐 두께의 낡은 비닐로 회색 하늘을 가리고 있을 때

빈 공간 위로 어떤 짐승의 발자욱이

들판의 봄꽃처럼 어지러이 피어나고 있었다

 

첫 글자가 회전을 하면서 두 다리를 벌린다

 

아내는 움막 뒤 풀이 많이 자란 곳에 호박을 심고 있었다

“더 심어야하는데 풀이 많아..

신선초,가지,호박묘종을 몇 개 심고 들어온 아내는

얼굴빛이 흐린 하늘을 닮고 있었다

 

첫 글자가 눈을 가졌다. 깜박인다.

 

새벽3시에 잠이 깬 날

달은 온전한 모습을 완성하고 있었다.

엊그제 꿈 속에서 연이가 눈물을 흘렸다

몇 일째 가슴이 저렸다

연이는 무엇에 그리도 슬퍼했을까?

분노와 슬픔앞에 서면 언제나 주늑이 들었다

 

첫 글자는 도깨비들처럼 거대했다.

붉게 빛나는 봉을 든 사람들이 사라진다.

 

바람은 느티나무 잎사귀를 붙들고 있었다.

 

 

 

     




                          묘사2

 

                                                             

 

깊은 기침과 여윈 몸 그리고 상처투성이의 굵은 손마디와 상한 손톱의

입을 열면 말 할 수 없는 악취가 풍기는 세월들이 늙어 가고 있었다

 

삽자루며 중함마, 연장들의 이름을 가진 세월들은 나이를 먹어 힘이 들어지는 이유로

깔다만 보도블럭이나 낡은 아스팔트, 보수해야하는 시멘포장 도로위에

매몰차게 내던져진다.

 

던져지는 세월들의 신경질섞인 절규는

고기가 되기위해 목베어지는 짐승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를 흉내낸다

지나가버린 세월들이 지르는 소리다.

세월들,  그렇지 세월은 복수명사이다.

 

검지 손가락 잘린 손톱이 욱씬거린다.

 

떠나보낼 준비가 되었다.

잠시동안이겠지만 우리는 이별할 것이다.

하늘은 몇일째 회색빛 근심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가 조금씩 나누어서 매고있었던 세상의 질병과 가난의 등짐은 무거웠다

둥근 조선 봉분을 다시 만드는 일은 힘들었다

잔디 한 평을 지고 산에 올리는 일은 왼쪽 무릎관절을 망가뜨리려했다

지팡이가 가파른 산의 등허리를 찍어주지 않았다면

잔디는 산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검지 손가락은 붕대를 감았음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힘들게 산을 오르는 이유는 내려오기 위해서이지.

산을 오르는 거친 호흡중에서도 나는 늘 떠나보내야하는 누군가를

생각했고 떠나보낼 준비가 되었는지를 자문하고 있었다.

 

다친 손가락은 푸른색의 요정이나, 도깨비불 그리고 호랑이가 좋아하던

말랑한 곶감같은 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