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만 외출한 친구 

 

오형근

 

 

내 친구 중에

비 오는 날에만 외출한 녀석이 있었지.

그래서 녀석의 별명은

우산이었지. 그러나 녀석은

우산을 갖고 나가지는 않았다네.

녀석의 마음에는 늘

비가 내렸으니깐, 비 오는 날에는,

녀석은 비와 한몸이 돼서

잘 흘러갈 수 있었지.

 

내 친구 중에

비 오는 날에만 외출한 녀석이 있었지.

그래서 녀석의 별명은

비옷이었지. 그러나 녀석은

비옷을 입고 나가지는 않았다네.

녀석의 마음에는 늘

비가 내렸으니깐, 비 오는 날에는,

녀석은 헛디디지 않고

잘 흘러갈 수 있었지.

 

그러나 녀석은 집에서 앓고 있다네.

비 오는 날보다 개인 날이 더 많아서...... .

 

 

 

 

 

 

 

 

 

가로수처럼, 가로등처럼

 

 

동종同種

온기를 가슴에 심고 싶어도,

누워서

상대의 다리에 살포시 내 발을

얹고 싶어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어야 하는

가로수처럼,

가로등처럼

한곳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남들과 함께하고 싶은

탐심貪心의 불을

손바닥으로 덮고 있는 일!

뜨거움을

무작정 식히는 일

 

그렇게 지내다 보면,

한곳에서

견디어 낸 몸체만큼의

견디어 낸

시간만큼의

그늘과

을 토해내는

가로수와 가로등처럼

 

한곳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몸뚱이를 비우면서

영혼의 불을 지피는 일

 

 

 

오형근

1955년 서울 출생. 1988년 『불교문학』, 2004년 『불교문예』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 『나무껍질 속은 따뜻하다』,『환한 빈자리』, 『소가 간다』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