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 / 하재영  외1

 

 

시와 소설을 읽고 종종 글을 쓰다보니

오탈자, 띄어쓰기…….

교정볼 때가 많다.

금시(今時)에란 의미의 글자

금새로 교정지에 나왔기에 금세로 고치고

또 다른 페이지를 넘겨보는데

눈물이 맺힌다

감동적인 내용을 읽어서가 아니고

노안으로 글씨를 제대로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읽으려는 글자를 눈에서 멀리 떼고 보다가

돋보기를 찾다가

세상과 조금씩 무관심해지라는 것 아닐까

잠시 그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눈 좋을 때도

가까이 있는 것 놓친 것 하나 둘 아닌데

휘어진 시간 저쪽에서 여기까지가

금세란 생각

교정지 안에 노안으로 크게 돋보인다

 

 

 

 배추김치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가훈이 뭐란 것을 말하지 않았지만

가을이 지나는 뜨락에

배추 종 하나 달아놓았다

배춧잎 푸른 종소리 은은하게 퍼질 때

싱싱한 배추를 소금물에 담근 어머니는

달빛과 별빛을

배춧잎 위 총총 올려놓았다

어린 시인이 단어를 골라 행과 연을 나누듯

절인 배춧잎에

고춧가루 버무린 붉은 양념을 치대고 치댔다

몇 포기는 아버지가 좋아하던 갈치 몇 조각도 넣었다

잘바닥한 것들이 매콤하고 달콤했다

며느리는 어머니에게

막 담근 배추김치 한 쪽 건네주며

또 다른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

한 겨울 식탁을 가득 출렁거리게 할

맑은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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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영 :  7feeling@hanmail.net

 - 199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갈증‘ 당선

 - 1992년 계몽사아동문학상 장편소년소설 ‘할아버지의 비밀’ 당선

 - 시집 『별빛의 길을 닦는 나무들』등

 - 지역무크 「포항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