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시대

 

 

여기가 마지막 만찬장이라고 하자

누구하나 가면을 쓰지 않고는

들어올 수 없는,

 

얼굴이 뻔뻔한 가면들은

반전이나 유희를 위한 것이라 하자

멀쩡했던 얼굴들이

권력에 페이스오프를 하는,

 

늘 마지막은 예상할 수 없는

변검 같은 가면들 뿐,

 

가면이면서 가면이 아닌 것

가면이 아니면서 가면인 것

 

얼굴 같으면서 가면인 것

가면 같으면서 얼굴인 것

 

여기가 마지막 공화국이라 하자.





겨울장마

 

 

입동이 지나면서 이틀 간격으로

비가 내렸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착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어

오후의 짧은 햇볕을 쬐며

노동가를 따라 불렀다

일기예보를 듣지 못한 노숙자들이

젖은 박스와 이불가지를 내다널다

구역 다투는 소리가 들리는 저녁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차벽에 가로막힌 시민들이 흠씬 젖은 채

덫에 걸린 짐승처럼 울었다

빗줄기가 함성을 지르는 목젖을 막았고

멀쩡한 꽃들을 함부로 꺾었다

땅에 떨어진 꽃들이 빗물에 휩쓸려

한곳으로 아우성거리며 모여들었다

일기예보로도 예측할 수 없는

살벌한 겨울비가 광장을 덮치며 내렸다

빗물에서 매운 고추냄새가 나

길을 가던 시민들이 재채기를 했다

죽음처럼 쓰러진, 착한 시민들이 흘린 핏물이

광장 바닥을 맴돌며 떠돌아다녔다.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