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인

 

 

그룹채팅 딸꾹질소리 무음으로 해놓고

허공에 맴도는 매미합창을 감상하고 있는데

이름 없는 전화번호 문자가 꼬박꼬박 답 해달란다

유명이자 무명, 무명이자 유명한 나에게

항아리 적힌 시()가 좋다며

시집 있으면 싸인해서 보내 달란다

자장암의 금개구리, 길을 가며 길을 묻고 책처럼

싸인을 정말 멋있게 잘한다면 또 몰라도

아직 싸인 한두 번밖에 못한 나는

누구인지 모를 유령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몇 날 며칠 잠 좀 잘려면 나타나는 불안과 칭찬의 문자

시집 없다하니 ㅅㅈ문학 책에 해서 보내달란다

싸인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지만  

훗날 시집이든 책이든 나올 것인데

굴림체, 궁서체, 돋움체, 휴먼 편지체.....,  

자장암의 금개구리, 길을 가며 길을 묻고 책의 싸인은

그분들은 노력한 것일까. 타고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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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행

 

 

송편도 절편도 아닌 무슨 편을 빚는다

 

갑자기 어느 물결이 편, 편 만들지 말라는 뜬금없는 소리 듣는다

 

아니 하늘과 땅, 허공이 다 내 편인데

먼지들이 앉았다 사라지는 편, 편들의 세상에

내 편이 어디 있나? 찾고 싶어 방, 방마다 들어가니

장롱, 책상, 가방, 온갖 책이며 옷, 컴퓨터, 잡동사니들이

말 한마디 못하는 벙어리들이

깔깔거리며 나를 보면서

 

                                     “시나 잘 써!

 

 

어제 함께 밥이며 국 먹은 사람들이 내 편일까?

어제 함께 웃으며 울었던 사람이 내 편일까?

어제 함께 일하던 손과 발이 내 편일까?

 

숨바꼭질하듯 골목길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내편은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내 편 되어 달라 부탁하려니

막상 전화 할 곳이 없었다.

여행이든 게임이든 혼자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네 편, 내 편 만들어 비석치기, 줄넘기, 술래잡기, 윷놀이, 카드놀이, 크고 작은 공, , 공놀이... 우울한 망상을 그만하자.

 

물끄러미 바라보는 밤하늘이 시()

그럼 시()는 누구의 편일까?

로댕처럼 턱을 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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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문경출생

2015년 리토피아등단,

경북 문협, 경북여성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상주지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