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웹진]문학마실~...112호...
   2019년 10월

  1. 내일을 여는 창
  2. 소설
  3. 수필
  4. 권서각의 변방서사
  5. 이달의 작가
  6. 동인지를 엿보다
  7. 작품집에 스며들다
  8. 시와 거닐다
  9. 사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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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14년 1월 41호부터 2014년 10월 53호까지...
편집자
79865 2014-11-03
758 그 섬에 가고 싶다 외1편/허남기 file
편집자
273 2019-07-01
그 섬에 가고 싶다 푸른 꿈의 날개짓이 가득한 곳 발목이 잡혀 뿌리를 내렸다 섬의 깊이를 발설한 꼭지점의 태동이 태초의 둘레길을 섬섬이 돌아 혼돈을 벗기어 물길을 열어 젖힌다 깊은 숙면에 들고 싶은 이맘때 가끔은 궁금증이 뇌리에 정박하여 연어로 살고 싶은 날들이 허다하다 정녕 섭리의 방향타가 되는것인가 가마우지 헛물켜는 곤두박질에 굽이쳐 내려온 강물들의 왕성한 다툼이 두물머리 점이지대에서 돌아나온 바닷길이 열리는 모습을 읽어 내린다 가끔은 잃어버린 편린을 거슬러 겨울바다에 발을 담근 별들의 초대로 섬의 외딴집에 문패를 다는 거룩한 밤 긴 하루를 정박시킨 '비진도'*의 깊은 곳 여기,오늘 따라 기도 시간이 무척 길어진다 *비진도:경남 통영에 위치한 섬 저녁노을 칠흑의 어둠을 이기고 까만 불씨로 가둬버린 노을의 춤사위는 햇볕에 취해 가슴 깊이 거나하게 젖어든다 서산 마루에 멈춘 해는 붉은 면면에 언질을 준 파란 하늘을 수평선 위로 게눈 감추 듯 흥건히 가슴을 적신다 처서가 빚어낸 낙조의 아름다운 댓가이다 서로의 아름다움을 격려하며 낮과 밤이 오버랩하는 동안 붉게 물든 찬란한 노을은 뒹굴뒹굴 앵두빛으로 온종일 빨갛게 열애중이다 허남기 프로필ㅡㅡㅡ 경북영천 출생/2014<문장21>등단 경북문협회원/영천문협편집국장 시에문학회회원/시객의 뜰 기회국장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메일: hurdang62 @daummail.net  
757 4월이 5월에게 외1편/나병서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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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2019-07-01
4월이 5월에게 묻는다 나를 사랑하세요? 제주가여수가진도가광주가 4월이 5월에게 묻는다 “시몬요안누, 아가페스 메 플레온 투톤?” “시몬요안누, 아가페스 메?” “시몬요안누, 필레오 메?” 4월의 예수가 5월의 예수에게 묻는다 여보세요? 나를 사랑하세요? 너 조선에게 묻는다 나를 사랑하세요? 조선땅 깊숙히 스며든 하늘빛 피 들 이 솟아나와 하늘 바 라 며 묻는다 나를 사랑하세요? 날개깃털 리빙스턴데이지 자다깨다를반복한다 꿈속에서는고흐의색감이눈으로내리고있다 나는한쪽눈이보이지않았고 투명한허공위에서 그녀와함께눈으로내리고있다 내리막길을긴머리칼휘날리며뛰어오는 그녀 나는일을끝마쳤고돌아가는길에는 연기가피어오르고있다 지폐네장이불안하게접힌채 어딘가가야하는듯한 어지럽고뒤섞여버린 그런꿈속에는 일주일간의고된노동후에느끼는 그런저녁이살고있다 “당신은 사랑하는 것들이 있었나?” “나는 알고있지” “당신은 그 것들의 뒷모습을 모두 보았어” “지금도 사랑하는 것이 있다고?” “아니, 잠시 후 그 것의 뒷모습을 보게될거야” “조금은 억울하고 아마 외로울거야” 토요일저녁은두꺼운껍질이으스러지는 그런신음소리를내고있다 지금빛은검은색수트를입고그것들의뒷모습들은 사라진다 오늘잠시깃털가진뒷모습을보았지 나는사랑했던모든것의뒷모습을보았지만 날개깃털을가진뒷모습은처음이지 “얼마나 날고 싶었을까?” “날아가려고 하고있잖아?” “아니, 사랑했던 모든 것들의 뒷모습을 보았다니깐. 리빙스턴데이지!“ 멈추는시간의뒷모습을보면서 나는자는것을멈출것이고 다시는잠깨지도않을것이다 리빙스턴데이지의색감으로날아오르는 고흐의눈발도멈출것이고 나는여전히한쪽눈이보이지않은체 그녀없이도허공에서멈추는것이지 “사랑하는 것이 있었다고?” “지금 사랑하는 것이 있다고?” “뒷모습을 보게 될거야” “멈추게 되겠지” 날개달린뒷모습은모든것이 이곳이고향이아니라는 땅위에서는태어나지않았다는 언젠가는 내가보았던사랑했던모든것의뒷모습처럼 뒤돌아서날아간다는 그것을약속하고있는것이지 “사랑했었던 적이 있었다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보게될거야 세상은아름다와야된다는 당신의거짓말을 그날개깃털가진뒷모습을. 나병서 시인/ 시집 지렁이* 똥* 붉은 죽* 별바라기*  
756 책을 죽이는 여자 외 1편/김주애 file
편집자
285 2019-07-01
책을 죽이는 여자 책을 죽이지 않고 어떻게 보느냐며 빳빳하게 각이 잡힌 책장을 꺾어 단번에 때려눕히는 여자 이래야 책을 볼 맛이 난다고 침을 묻혀 책장을 펼치자 펄럭이던 글자들이 가지런히 눕는다 풀물 든 손은 러시아 자작나무 숲을 거니는 안나 카레리나를 불러내어 저녁밥을 짓고 고랑마다 깨알 같은 씨를 오차도 없이 심는 솜씨에 주눅 든 글자들은 요리를 거든다 침을 콕콕 찍어가며 간을 보는 페이지마다 나타샤의 나풀거리는 드레스 자락에 간물이 배어들고 하루일로 고단한 다리를 잘근잘근 주물러 준다 하루 종일 구부린 허리를 펴듯이 그렇게 그녀의 손에 죽은 삼백 쪽 책은 각이 잡힌 채 머리맡에 죽어있다 몸부림의 흔적처럼 숨구멍처럼 부풀어서. 복종의 자세로 서 있는 너에게 너는 항상 나를 보고 있었다 문을 열면 마주치는 그 곳에 서서 속속들이 나를 들여다보고는 죽음을 선택했다 질질끌거나 매달리는 방법이 아니라 단방에 끝내버리는 통째로 잎을 떨군 너의 앞에서 희미하게 웃었던가 너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내 이름을 불러보았다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일처럼 너는 가고 남은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 놓쳐 버린 말이 무엇이었을까 김주애 경북 상주 출생. 2014년 시집 『납작한 풍경』으로 등단.  
755 눈길 외1편/김수화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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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2019-07-01
눈길 눈길로만 키운 것들엔 닿을 수 없는 애절함이 스며있다. 북쪽으로 난 서재 창 너머 발길은커녕 눈길조차 외면당한 후미진 곳 나리꽃 몇 송이 몇 년째 저 혼자 세월을 이고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 그저 묵연히 바라만 볼 뿐 지독한 가뭄에도 물 한 모금 건네지 못했지만 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창을 두드린다. 출렁이는 빌딩숲 꼬박꼬박 내는 월세에 저당 잡혀 연애도 결혼도 자식도 꿈도 희망도 포기해야하는 5포 세대의 막막한 산길 같은 청춘이 시름시름, 산그늘마냥 깊어가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봐야하는 물노을에 깃든 마음길이다. 시간의 그림자 물새는 파문을 열어 노을빛 퍼 나르고 연잎에 맺힌 사리 마지막 빛 사라지면 어둠이 나비 앉듯이 소리 없이 내린다. 가슴속 스민 어둠이 가을의 끝 날과 같아 세월이 그려놓은 삶의 무늬 따르노라면 어릴 적 눈감고 걷던 그 골목에 서 있다 한생을 풀어놓는 소나기 내리는 밤 그리운 이 볼 수 없어도 꽃밭 일구는 마음으로 어둠도 지우지 못할 그림자로 남는다. 김수화 약력 2003년 자유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북여성문학회 회장(전), 백수문학제 운영위원, 경상북도문인협회 편집위원장, 김천문인협회 사무국장 , 논술 토론 강사. 제3회 경북여성문학상 수상. 2018 김천예술인 공로상 수상, 시집 ‘햇살에 갇히다’  
754 유월 외1편/강미정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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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 2019-06-01
유월 텃밭에는 타 죽을 것 같은 마음을 부려놓고 풋것이 심지를 올린다 풋것은 초록의 맹목을 보여주는 것일까 맹신자처럼 하늘을 향한 기도를 텃밭에 촘촘하게 못 박은 것일까 반은 볕에 녹고 반은 살아보려고 오체투지 하는 풋것의 머리에 물뿌리개로 성수 같은 물을 뿌리면 당신에게 못 박힌 마음이 가장 먼저 타고 마음을 퍼낸 울음소리로 가장 늦게 우는 당신도 나도 벙어리처럼 질문을 잠근 염천을 가졌다 소리도 없이 타들어가는 우렛소리를 울음 속에 메우고 반이나 녹아 없어진 마음을 다 태우고나서야 울음도 시시해져 우렛소리도 염천도 순한 짐승처럼 핏줄에 새겨진다 배웅 그날 저녁은 생가지 타는 연기가 가슴에서 일어 눈이 매웠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보내온 이메일에는 악보가 불타고 있었다 바람 속으로 첼로선율이 뜨겁게 날아가고 있었다 당신의 마음이었다고 생각했지만 당신을 보내지 못한 내 마음임을 알았다 악보가 불타는 동안 미움이 남았으면 다 태워 달라는 주문 같기도 했다 인생은 불타는 악보처럼 연주해야 한다고 노래는 자유롭게 놓아주어야 한다고 불이 닿은 악보는 붉게 번지다가 검게 날렸다 노을 속으로 스몄다 소리를 놓아주며 바람이 되고 있는 악보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고 있다고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가슴을 퍽퍽 치면서 말하던 당신은 내 마음의 어디에 스미는 걸까 매운 연기가 일어 눈이 오래 매운 것이 불타는 악보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남 김해 출생 1994년 『시문학 』에 ‘어머님의 품’외 4편으로 우수작품상 등단 <빈터>동인, (사)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집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상처가 스민다는 것 』『타오르는 생 』 등  
753 단백질14-3-3 외1편/손창기 file
편집자
400 2019-06-01
단백질14-3-3 태반 속부터 나는 복제되어 있는 동물이다 달려오는 승용차를 향해 반인반수의 몸을 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세포자살을 유도하는 유전자, 단백질 14-3-3을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여름 들판의 바람까지 복제되었다고 느꼈을 때, 늑대 스널프*는 야성까지 복제된 완벽한 방어기제, 아주 비릿한 향기. 빳빳한 창살 속에서 추억이 흐려진다면 자살본능은 흘려버린 추억을 담는 것, 잃어버린 길에서 선율을 찾아보는 것, 마지막 울음소리로 달에 숨구멍을 내는 것, 늑대는 달밤을 이빨에 끼우고 들판을 내질렀다 얼굴에 드리운 죽음은 뼈 없는 달밤에 가한 혁명, 암호의 해독기 도시의 복제 동물에게 퍼져있는 14-3-3 단백질, 너와 나의 몸속에 은밀하게 봉합된 맹독. *2005년 서울대 연구팀이 탄생시킨 세계 최초의 복제 늑대 발등 섬은 흰제비갈매기를 불러 모은다 물결이 빚은 발등이 섬의 몸이기 때문이다 가라앉지 않는 발등에 새가 앉는 꼴이랄까 피소니아 나무가 팔을 벌려 새들을 길들인다 날개를 달래야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태평양을 날아온 지친 새들에게 일용할 열매와 둥지를 내어 줄 때 도꼬마리처럼 끈적한 씨앗들이 깃털에 묻는데, 가끔 새벽에 새의 발바닥이 나뭇가지에 붙어 있다 가지 위에는 햇살과 지난 여름, 죽음과 갈매기들 어미새는 몸까지 딱딱하게 굳어 입멸한다 새를 잡아먹는 나무! 날개는 다리를 달래고, 다리는 발등을 달래는 새 죽음에 애걸복걸하지 않는 새 저승 갈 때 귀때기 맞고도 꿈쩍하지 않는 새, 깃들인 침묵으로 바다는 발바닥을 숨긴 채 뼈를 없애는 중이다 새의 가슴뼈가 나무의 발등뼈에 스며듣다 여린 발등에서 곧추 올라 자신의 골격을 다지는 나무들, 그들의 골격은 점점 새의 뼈를 닮아 간다 끊임없이 죽음을 건네주면서 그들은 날개 달고 이 섬을 떠나고 싶었던 걸까 이제 새가 열매로 태어나 날고 있다 약력> 손창기 - 경북 군위 출생. 200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달팽이 성자』가 있음. jangoyes@hanmail.net  
752 슬픔 외 1편/채형복 file
편집자
366 2019-06-01
슬픔 -자연과학자 박 아무개 교수에게 생명을 창조하는 인간에게 신이 설 자리는 없다 다윈을 믿고 따르던 어느 발생학자의 호기로운 말을 기억한다 둘이서 서로의 말을 주고받으며 논쟁하는 날은 존재는 겉껍질을 벗고 말랑한 속살로 탈각하였고 관념은 번데기를 벗고 화려한 날개로 우화하였다 수백 개의 새로운 하늘이 만들어지고 그만큼의 낡고 오래된 땅이 허물어졌다 우리는 경계를 벗어난 전지전능한 창조주-신이었고 인류가 피땀 흘려 쌓아올린 정교한 지성의 바벨탑을 경배하는 학자였다 따뜻한 감성의 피가 흐르는 이성의 차가운 판단을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우리는 행복한 순교자로 진리의 제단에 기꺼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학문은 영혼의 배고픔을 채우지 못하는가 나의 나를 복제하여 무한수열로 줄 세우고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삶을 꿈꾸던 그는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죽는다는 자명한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나를 가두고 얽어매는 관념에 굴복하여 노예로 사느니 긴 창을 꼬나물고 앞으로 엎어져 죽을지라도 자유인으로 살리라 결기를 세우고 사는 나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에 허리 꺽은 그 자연과학자가 미워졌다 담판 - 손 아무개 교수에게 텅 빈 카페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고 노래도 감미롭고 울기 좋다고 억지웃음으로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갈바람에 서걱대며 억새 부딪는 소리가 났다 울지 마라, 말하지 못하고 우는 만큼 행복하여라, 궁색하게 위로하는 내게 그가 말한다 불의한 현실에서 물러서면 비겁하잖아요 그는 지금 덧칠된 대학 역사의 민낯을 벗기고 늙어 구부러진 정의의 허리를 펴는 중이다 먼지 낀 검은 현실을 붓에 찍어 교룡의 얼굴에 까만 눈동자를 그리는 중이다 양심과 지성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면 머잖아 정의로운 사회가 오겠지요 불의한 현실에 온몸으로 맞서고 깨지면서도 그는 가치 있고 고귀한 걸음을 걷고 예수의 십자가를 등에 메고 힘겹게 골고다 언덕을 오르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에게는 신앙에 물든 순교자가 흘리는 진한 피 냄새가 난다 그렇다, 그는 강고한 현실의 제단에 기꺼이 자신의 몸을 희생물로 바칠 것이다 신은 그의 옆구리에 날카롭고 예리한 칼날을 꽂아 넣고는 외길 구석으로 세차게 몰아치겠지 약속은 약속 내게 한 약속을 지키라 너의 심장 가장 가까이에서 살덩이 일 파운드를 뭉텅 잘라 내게 바치라 그는 두려움이나 망설임 없이 신과 거룩한 담판을 벌이리라 좋습니다, 신이여! 오늘 나는 기꺼이 심장을 내놓을 것이니 정의로 포장된 칼과 저울을 준비하시오 머리카락 한 올의 오차도 없이 분노로 살아 펄떡이는 내 심장 가장 가까이에서 살덩이 일 파운드를 한 방울의 피도 흐르지 않게 잘라 가시오 그는 지고 싶어도 이길 것이고 신은 이기고 싶어도 질 것이니 검은 법복으로 가린 포샤의 날선 비웃음이 할렐루야 신의 영광을 길이 찬송하리라  
751 월식 외1편/이미령 file
편집자
357 2019-06-01
월식 어디쯤일까, 저 여자 가고 싶은 곳 눈동자 풀어질 대로 풀어진 여자 비틀비틀 흔들리며 태양원룸 계단을 올라도 술에 점령당한 뇌는 자주 기억 장애를 일으켜 집으로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뭉개버린다 무엇일까, 저 여자 지우고 싶은 것 심해어처럼 깊은 밤을 헤엄치는 여자 으흐흑 으흐흑 검은 울음 토해내 꽃 피운 시절 기억하느라 온몸 하얗게 바람이 든다 문은 있는데 집이 열리지 않는다 커피숍 이디야 구석진 자리에 앉아 시집 한 권 펼쳐놓고 이디야가 무슨 뜻일까 생각해 보네 눈치 빠른 인터넷은 커피 발상지 에티오피아 부족장 이름이라고 재빠르게 속삭여주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앞에 놓고 아프리카 대륙의 작은 나라 부족장 얼굴을 그려 보네 커피 빛 피부색과 쪼개놓은 살구 같은 입술 나뭇잎으로 아슬하게 남성을 가린 그가 내 앞에서 춤을 추네 꾸덕꾸덕한 맨발이 생쥐처럼 놀라 허공에 날아다니네 이윽고 그가 맞은편 자리에 앉아 정중히 커피를 권하네 뭉툭하고 거무튀튀한 손 커피의 궤적이 시집을 읽네 이미령/경북 상주 출생. 2014년 시집 『문』으로 등단. ryeong1233@hanmail.net  
750 바람의 특성 외1편/김설희 file
편집자
342 2019-06-01
바람의 특성 날개를 가진 것들은 바람이 가득 찬 것들이야 팽팽한 것들의 껍데기는 얄팍해 터지기 전 양을 줄이려면 날개를 저어야해 날갯짓은 부풀어 오른 몸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거야 바람이 날개 등을 타고 훠이훠이 길을 나서는데 길에는 아롱아롱 빛나는 것들이 많아 유흥시설처럼 꽃들이 열려있어 어딜 가도 오락 같은 시간이야 날개를 저을수록 탱글탱글한 바람이 수그러드는 것 같아도 사실은 새 바람이 자꾸자꾸 생성되고 있어 멀리 날아가려는 속성이 더 키를 세웠는지 하늘 높이 허공을 젖더니 느닷없이 풀들이 살아있는 땅 쪽으로 내려오는 거야 바람의 본능은 방향을 바꾸는 일이야 궁리 나침반을 만들까 하얀 티슈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꽃잎을 붙여 꽃을 만들까 백지가 꽃길이 될까 길이 길어질수록 뜯겨진 꽃잎이 많아질까 가지런히 꽃잎이 배열되고 흩어질까 붙이고 흩고 또 붙이고 꽃의 길이 삶의 무늬로 얼룩질까 해 지는 쪽으로 손뼉과 노래가 들썩일까 돌 위를 흐르는 물소리 아릿한 플롯의 울음이 흐를까 어둑어둑해지는 황혼 쪽으로 환하게 제목처럼 약력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산이 건너오다> 아라문학상 수상  
749 시집이 안 팔린다 외1편/권숙월 file
편집자
284 2019-06-01
시집이 안 팔린다 “시집 찾는 사람이 선생님밖에 없어요” 단골 서점 주인 말에 뒤통수가 가렵다 내가 주문한 시집은 한 권 더 들여놔 보지만 몇 달이고 등만 보이다 사라진다 서점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발길 붙드는 시집 코너, 한쪽 구석으로 밀려난 지 오래이다 신문에 매일 같이 시가 소개되고 인터넷에 수없이 시를 띄우는데 왜일까 국수 한 그릇 값이면 시집이 한 권인데 왜 눈을 돌리지 않을까 열세 권 시집을 낸 시골 시인의 3쇄 4쇄는 전설이 되었다 시집을 팔리게 할 나의 궁리를 서점 주인이 누른다 “시보다 더 시 같은 산문, 시집보다 더 시집 같은 산문집은 많이 팔려요” 여권의 실세 아차, 달력에 동그라미라도 쳐 놓을 걸 그랬다 아침 먹다 “어머님, 생신 축하드려요” 며느리의 전화를 받은 아내 “남편보다 낫다”며 휴대폰을 소파에 휙 던진다 해마다 생일 축하를 그 앞 주 토요일에 하다 막내 출장으로 미루는 바람에 깜빡했다 무심한 남편으로 보여 야속했겠다 싶어 “저녁이나 같이 먹자” 얼버무렸다 점심 약속 자리에서 이 말을 하니 애처가 지인이 케이크를 사 주었다 “여권(女權)의 실세 체면 구겨서야 되겠느냐”며 축하 초를 아내의 나이보다 다섯 개 적게 넣어 놓았다 남이 사 준 것 눈치 챈 아내와 케이크를 먹었다 장모님도 처제도 자리를 같이했다 약력 김천시 감문면에서 태어나 1979년 『시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으며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 한국문인협회 경상북도지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김천문화원과 백수문학관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시집 『하늘 입』 『가둔 말』 『민들레 방점』등 13권을 상재했으며 시문학상, 예총예술상, 경상북도문화상, 경북예술상, 김천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748 흐름 외 1편/박규해 file
편집자
289 2019-06-01
흐름 땅속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 흐름 지상에서 빗방울이 모여서 낮은 곳으로 흐름의 순리 따라서 살아가면 편하겠지 삼복(三伏)더위 강산이 푸르름은 시각을 시키고 있고 소낙비 그치고 무지개가 드리웠고 그늘에 앉은 사람들 더위 피해 노니네 한가하게 정자위엔 오고 가는 술잔들이 옛 이야기 정 나누니 세상 정 다 모였네 서로들 마음 편하니 노래 소리 절로난다 박 규 해 프로필 ㅇ 아호 : 취송(翠松) ㅇ 고향 : 경북 상주 ㅇ 현 거주지 인천 ㅇ 단국대학교 국어국문과 졸 ㅇ 함창중고등학교 근무 정년퇴임(2002년) ㅇ 62년도 김용호 시인님의 추천 됨(4.19 3주년 기념 시) ㅇ 사랑․ 소설계사 기자 근무 ㅇ 현대시조 “바램”으로 천료(97) ㅇ 97 ~새 시대시조(계간) 출품 외 9곳 문예지 출품 ㅇ 시조집 : 희망의 횃불. 찔레꽃이 피면. 풋풋한 삶을 살자. 삶의 자락에서 ㅇ 녹조근정 훈장 외 각종 표창장 15 ㅇ 수상 : 시와 수상문학 특별상(2010) ㅇ 현대시조 이달의 작가상(97년도) ㅇ 한울문학 이달의 작가상(2000년 5월호) ㅇ 동인지: 시인파라다이스 외 55권 외 ㅇ 현재 : 한국 문인 협회 경북 지회 회원. 현대시조 인단 회원. 한울문학 회원. 파라문예회원. 시와 수상문학. 국보문학 회원. 한비문학 회원. 시와 늪 문학 회원. 시와 글 사랑 회원. 지필문학 회원. 문학광장 회원. 스토리문학 회원. 한국미소 문학 회원  
747 삼겹살 외1편/남효선 file
편집자
379 2019-04-30
삼겹살 사람이 죽어 가는데 기계부터 돌리라고 했다.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얇은 마스크 한 장, 실오리 헤진 목장갑 뿐 아이의 노동 자리에는 컵라면과 햇반, 과자부스러기 몇 조각 칠흑 어둠 속에서 김용균은 죽었다. 도와달라는 소리 한 번 손 한 번 내밀지 못하고 꿈을 앗겼다 공장 구내식당은 계약 만료로 문을 닫았다 컵 라면이 전부였다 벨트에 몸이 감겨 병원으로 이송되면서도 싸이렌을 울리지 못하도록 막았다 모두가 깜깜 절벽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것 보다 사람대접 한 번 제대로 받는 것이 소원이랬다 기적같은 대한민국 성장 정치가는 사업가는 눈부신 성장을 노래한다 온 몸을 태우며 활화산처럼 불꽃을 피우던 공돌이 공순이 꿈은 한 줌 재로 흩날리고 죽지 않고 다치지만 않게 해달라는데 기계에 빨려 사람이 죽어가는데 기계는 돌아가는데 공돌이 공순이 꿈은 생명은 누가 어루만져 줄 것인가 백일을 맞은 딸아이의 고운 볼 한 번 제대로 쓰담은 적 없는데 싸늘한 돌곽에 꿈을 가둬버린 김용균 ‘씨’ 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어린 꿈 여의도를 가득 채운 국개의원은 왜 아이를 착하게 살라고 가르쳤는지 가슴을 치며 후회한다 통곡한다 네 가슴의 한 나에게 모두 묻어라 네 한이 강물처럼 풀어져 향긋한 봄향으로 날릴 때까지 맨 주먹으로 싸울 것이다. 봉정사 가는 길 네 발자국 소리 좇아 칠흑 어둠 산길 오르네 네 향내 따라 천등산자락 님의 소리 장삼 소매 자락 이끄네 내 귀는 숲을 흔드는 새소리에 멀고 내 눈은 산을 흔드는 물소리에 멀었네 천년의 산자락 구비 돌아 어지런 사바 부여잡는 손길 뒤로 물안개 흐릿한 구도의 길 따라 세속의 인연 바람처럼 햇살처럼 던져 놓고 헝클어진 마음결 한 마리 봉황으로 날리네 소용돌이치는 물 위로 눈부신 연꽃 위로 우주를 하늘을 깃에 담아 붉은 노을 꽃잎처럼 봉황 나리네 네 발자국 소리 좇아 칠흑 어둠 산길 오르네 네 향내 따라 천등산자락 님의 소리 장삼 소매 자락 이끄네 내 여기 누워 천년의 구도 쌓겠네 솔바람 데불고 구름자락 데불고 내 여기 천년의 노래 부르겠네 장삼 깊이 묻어둔 님의 노래 잦겠네. 남효선 약력 1958년 경북 울진서 나다. 동국대학교 국문학과와 안동대학교 대학원 민속학과에서 공부하다. 1989년 『문학사상』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오다. 시집 『둘게삼』 『꽈리를 불다』 사화집 『눈도 무게가 있다』외 다수 있다. 민속지로 공저『도리깨질 끝나면 점심은 없다』 『남자는 그물치고 여자는 모를 심고』 『울진민속총서』외 다수가 있다. 한국작가회의와 대구경북작가회의 이사와 울진군축제발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아시아뉴스통신 기자로 일하고 있다.  
746 서울의 낙타 외 1편/권순자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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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 2019-04-30
서울의 낙타 여긴 사막이야 희뿌연 사방! 앞이 보이지 않아 모래먼지 속에 하루를 토해낸다 냉방기를 설치하는 손발 분초시간까지 맞추는 나의 하루 뼈 마디마디 땀을 게워낸다 땀범벅 전신을 삼키려는 칠월의 열기 이 싸움은 불공정하다 무거운 짐 끌고 오르내리는 기나긴 행로 팽팽한 목숨의 줄다리기 멈출 수 없다 더딘 하루 묵묵히 가지만 뼛속까지 잠긴 여름의 열기를 빼내고 싶다 갈증과 허기로 배 속이 타들어간다 뜨거운 회색 사막 고단한 길 치명적인 길 더듬거리며 흔들리며 팽팽한 열기에 저항하며 젖으며 간다 힘줄이 타고 견디어온 날들이 타고, 사막에서 부는 약간의 바람이 어깨에 손을 얹는다 곱창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곱창을 먹는다 구불구불한 길 토막 난 현기증 곱씹다 보면 환해지는 순간아 찾아온다 배알 틀리던 굴욕의 기억이 씹히고 씹혀 잘근잘근 길을 열고 강줄기를 부른다 말 달리던 원시의 기백이 다시 싱싱해져 늑대처럼 포효하며 일어서는 배짱의 으름장! 얼음장 같이 숨죽인 고개를 들고 느슨한 근육이 불끈 솟아 숨통이 트이고 뱃속이 열리는 곱창집 사내는 두 다리 꼿꼿이 세워 자신의 길 뚜벅뚜벅 새벽을 걷는다 길이 보이지 않거든 곱창집에 가보라 잘려나간 길을 찾아 헤치고 뒤지며 길을 찾는 눈물에 젖은 손들이 깃발을 흔들어 환하게 길을 보여줄 것이다. 권순자 1986년 《포항문학》에 「사루비아」외 2편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03년 《심상》신인상 수상. 시집으로 『붉은 꽃에 대한 명상』,『순례자』,『천개의 눈물』『청춘 고래』등이 있음.  
745 강박 외1편/남태식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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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 2019-04-30
강박 내 꿈의 무게는 몇 그램일까.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 길에 체중계를 툭 찬다. 오늘은 몇 그램? 식전에 먹는 약 넥시움정 20밀리그램 한 알을 꿀떡 삼킨다. 약 한 알에 물 한 컵. 거실을 몇 바퀴 돌다가 다시 체중계 위에 올라선다. 그새 300그램이 빠졌다. 오늘 내 꿈의 무게는 300그램? 내 꿈의 무게는 매일 다르다. 달라도 늘 200그램에서 400그램 사이에는 있다. 딱 그저 그만한 가벼운 내 꿈의 무게, 또는 잠의 무게. 나는 일 년 열두 달 매일 다이어트 중이다. 꿈꾸기 아빠는 꿈이 뭐야. 으음, 내 꿈은 시인. 그럼 아빠는 꿈을 이뤘네. 시인은 됐고 이제 아빠는 꿈이 뭐야. 으음, 내 꿈은 시인. 시인은 됐는데 뭔 꿈이 또 시인이야. 으음, 됐어도 아빠 꿈은 여전히 시인.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시시하다. 대단한 데가 없어서 보잘 것 없다. 좀스럽고 쩨쩨하다. 어린 자식들은 이제 다 자라서 아빠에게 더 이상 꿈을 묻지 않는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꿈을 묻지 않는다. 꿈은 묻고 답하는 퀴즈풀기가 아니니까. 네 팸은 우리 팸과 다른 것 같애.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소현이의 꿈은 무엇이었지. 꿈을 이루는 하나의 방법이 꿈꾸기라면 소현이의 꿈은 혹시나, 꿈꾸기? 어쩌면 우리 모두의 꿈 역시 꿈꾸기일 수도 있다. 꿈은 꾸기 위해서 있는 것이니까. 꿈은 꾸는 동안만 꿈이니까. 꿈은 하나의 강박이다. 꾸고 있는 동안만은 아름다운 강박. 시시한 꿈은 없다. 시시해도 꿈이다. 꿈이 끝장인 것은 시시해서가 아니라 시시해져서이다. * 영화에 시, 조현훈‘꿈의 제인’ * 약력 남 태 식 2003년『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내 슬픈 전설의 그 뱀』『망상가들의 마을』, 리토피아문학상(2012) 김구용시문학상(2016) 수상  
744 미얀마 가는 길 외1편/이상훈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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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2019-04-30
미얀마 가는 길 미얀마행 비행기 두어 달 동안 이미 몸에 배어 있는 겨울 그 위에 다시 달려드는 차가운 바람 겨울에서 여름을 건너는 다리가 휘청거린다 나는 온몸을 속으로 꽁꽁 말아넣고서도 마치 두려움처럼 덜덜덜 떨며 벗어버린 나를 고민한다 입고 벗는 사소함마저 아직 내 몸에 온전히 붙어 있지 못한 것일까 수십년을 살아 수만 번을 입고 벗어도 아직 내 것이 되지 못한 사소한 일상 앞에 나는 늘 너무 판단이 가볍다 비행기를 내려서도 나는 더 강하게 다가오는 바람 앞에서 몇 날을 끙끙대며 떨고 있다 눈길을 걷다 눈 내린 새재길을 오른다 모퉁이마다 나를 알아보는 흔적 살아온 햇수만큼 뚜렷하고 꽁꽁 싸맨 나를 따라오는 숨소리마저 낯익다 내가 가는 곳에는 늘 내가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산다 눈이 내렸다는 사실을 뽀도독 뽀도독 알려주는데도 미끌 발을 헛디디는 방심 그 위에 철퍼덕 누우면 마치 내가 나의 길이 된 듯 나를 밟고 지나가는 또 다른 나 약력 문경에서 출생하여 교직생활을 오랫동안 상주에서 하면서 정착하게 됨. 상주들문학회 회원, 경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글을 씀. 시집, ‘나팔꽃 그림자’를 출간하였으며 산문집은 ‘서른에 만난 열여섯’이 있다.  
743 구부러진 못 외1편/김인구 file
편집자
374 2019-04-30
구부러진 못 볕이 잠시 앉았다 떠난 따스한 그늘 아래로 너, 몸을 구부렸구나 너도 많이 외로웠구나 나도 그 곁에 나란히 마주보고 누워본다 서로 마주 보고 누우면 외로움의 각도 작아져 마침내 흔쾌한 合이 되지 않을까? 푸른 바람 한 줄 따스한 그늘 밑으로 올라오는 오후가 거기 그렇게 서서 한웅큼 쏟아지는 우울을 가리고 있다 들락거리는 햇볕만이라도 소박하게 끌어안고 이 그늘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 이방인 반듯하게, 반듯한 햇살 아래 눕는다. 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홍수 몸의 테두리가 꽃봉오리 분수처럼 솟구쳐 하늘에 닿는다. 당당하게 충만한 하루가 서슴없이 튕겨져 나와 나무 아래 보도블럭을 걸어간다. 걸어가는 빛들은 보송보송하고 친절하게 흐느적거린다. 거리의 반은 햇살, 반은 아침과 저녁 반듯한 햇살나무 아래 누워 배반을 배우는 여자의 빠알간 입술 충만함이 가득한 거리 햇살이 길을 내고 길을 막아서고. 약력 전북 남원출생. 1991년 <시와 의식> 여름호에 <비, 여자> 외 2편을 발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 다시 꽃으로 태어나는 너에게> <신림동 연가> < 아름다운 비밀> <굿바이, 자화상>(2014년 세종 우수도서 선정)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742 과일을 깎으며 외1편/신성철 file
편집자
297 2019-04-30
과일을 깎으며 수다쟁이 말성쟁이 이쁜이 하나 식탁 위로 납치하던 날 급작스레 당한 일에 겁이 났던지 처음 손을 타 뺨을 붉히며 찡끗 흘겨 보다가 서늘한 혀 끝으로 온몸을 애무하면 찌릿찌릿 짜릿짜릿 뭐가 그리 다급한지 입꼬리에 침도 질질 흘리는데 수치도 염치도 팽게치고 팔딱이다 할딱이다 꽃무늬 속옷 마저 훌떡 벗어 버린 알몸뚱이야 S라인이면 어떻고 D라인이면 어때 오냐 오냐 그래 그래 덮쳐주마 죽여주마. 명지바람 달빛으로 다가오는 그림자 치마 끝에 초롱꽃이 환한 명지바람이려오 스치는 풀잎에 발등을 행구고 달뜬 마음 바람에 물들이는 명지바람이려오 너의 눈동자 노을빛에 담겄다가 살짝 흔들어 은방울로 찰랑이다 귓불을 애만지는 명지바람이려오 약력 1950년 서울 출생 2004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대상, 2004년 전국근로자문학제 은상, 2010년 열린시학 신인상, 2011년 백교문학 우수상, 2013년 지필문학 신인상, 2014년 문장21 신인상 수상 2010년 시집 3천원짜리봄 출간  
741 생의 찬가 외1편/ 청향 임소형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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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2019-04-30
생의 찬가 흔들리는 상념의 그네 지문처럼 지워지지 않고 뚜렷한 흔적으로 남는 이미 익숙해져 버린 반복되는 습성이다 후회와 번민 가슴 치는 절규가 그것이고 주저앉아 버린 유약한 다짐들의 말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반복적인 결의가 또 그것이다 미완으로 낙인 찍힌 고독의 실루엣이 끈적거리는 망막의 진액을 무서리로 쏟게 하던 밤 포성을 울렸던 야심에 찬 출발의 신호탄 허무한 불발로 불꽃 사그라질 때쯤 남겨진 미련에의 끈끈한 애착 아름다운 날을 담아내지 못한 쓸쓸한 미련만이 아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아픔에 쓰디쓴 고통을 토로하는 절규는 더욱이 아니다 빼곡히 채우지 못한 가버린 날의 희망이 섦은 뭉치로 무겁게 내리누르는 피폐함이었으니 흐릿한 수묵화 향 피워 달 속에 잠식하는 떠나는 날의 엘레지여! 끈적이는 촉수 곧추세워 서걱거리는 찬바람 비웃듯 파안으로 피어나라 침묵으로 일관한 모호한 허세에 마른버짐처럼 허옇게 핀 너덜너덜해진 희망아! 내 생애 마지막 남은 따스한 사연 풀어 사부작사부작 꽃물로 채울 테니 푸르게 푸르게 만월로 차오르라 오랜 기다림 끝에 부르는 나의 시 나의 노래가 되어 낙화 어느 누군들 꿈의 빛깔 피우고 싶지 않았겠냐 향기 돋친 날개 펄럭이며 숲길을 걷던 날에도 눈길을 걸었던 날에도 달빛에 걸린 그리움 움켜잡고 사뭇 꿈의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꽃을 피웠다 우우 저 소리 없이 훑어내는 바람의 정적 초점잃은 누 안에 빼곡히 들어와 밟히는 청춘의 눈물 눈물 눈물  
740 2019' 동해, 붉은 봄 외1편/이선정 file
편집자
329 2019-04-30
2019' 동해, 붉은 봄 꽃놀이는 저 너머 그쪽의 봄, 너희들의 일 그날 밤 죽음의 불꽃놀이는 바람, 네가 자행한 일 옥계휴게소에 출입통제 테이프가 처졌다 붉은색 데드라인 너머 언덕배기로 살인미수에 그친 물먹은 화마(火魔)가 소나무의 머리채를 움켜쥔 채 새카맣게 죽어 자빠져있다 가랑이 벌린 앙상한 뼈대 사이로 퍼렇게 질려 누운 바다 매캐한 허공에 몇 년 전 급작스레 간 친구 녀석 몸 태우던 화장터 냄새가 난다 죽은 것들은 하나같이 독한 미련을 풍기는지 곧 피어날 아카시아 밑동의 생식기 타는 냄새 같은 미련.. 어쩌다 이곳은 화장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최고가 된 건가 그 화장실에 앉아 며칠새 바짝 늙은 주름진 바다를 다린다 신에게 덤비는 좀비가 있다면 2019년 동해안의 봄, 죽은 봄 위에 봄을 심는 사람들 기울어진 생의 부하를 날마다 하나씩 차곡차곡 끌어올려 채우고 있다 기웃대던 바람을 뚫고 붉은봄 살아남은 어린 싹 하나 저쪽 푸른 바다를 향해 끙차, 짧은 팔을 뻗는다 2019.4.9 산불 5일째 꽃말론(論) 스노우드롭 - 인내 산당화 - 겸손 바이올렛 - 영원한 우정 호피나리 - 순결 라일락 - 우애 이 꽃들의 평생, 지겹지 않니? 살아생전 늘 똑같이 아름답기만 해야 할 네 운명 로벨리아 - 불신 라난큐라스 - 비난 리아트리스 - 고집장이 금어초 - 오만 주목나무 - 비애 이 꽃들의 후생, 서럽지 않니? 다시 태어나도 변함없이 비난받아야 할 네 운명 저 꽃들의 운명 점지해준 사람 최후의 꽃잎 한장 들추고 보드라운 수술, 그 속까지 파고들어 한 잠이라도 자본 건가 오만과 불신의 벼랑 끝에서 영원한 우정과 우애의 칼침을 등에 맞고 나락으로 뚝 떨어져 보지 않은 자여 마치, 내 꽃말을 손에 쥔 당신처럼 프로필 2016' 문학광장 신인상 황금찬시맥회 문학광장 정회원 지하철스크린도어 시공모전 당선 대한민국 공예대전 특별상 한양예술대전 시화분과 심사위원  
739 아버지 등 외1편/최기종 file
편집자
553 2019-04-01
아버지 등 아버지 등을 밀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등도 비바람 피하지 못하는가 나이 타는 얼굴처럼 검버섯 돋아나고 낡고 해지고 주름지고 어릴적 아버지 너른 등 따개비처럼 한참을 밀었어도 당당 멀었었다. 이제는 손이 커져서 여름소나기 지나가듯 밀어대니 등도 부끄럼 타는 것일까 아버지 굽은 등 결기도 핏기도 자존도 없어지고 등도 조금씩 잊혀지는 것일까 황사에 패이고 깎여서 종잘거리던 시내도 말라 버렸으니 비바람 찬서리 내리다 보면 등도 갑각류 문양이 되는 것일까 아버지 필적 젊어서 아버지 필체가 좋았다. 근골이 튼튼한 집을 짓듯 그것 좌우로 기울지도 않고 앞뒤로 엇박이 나지도 않고 자모자가 반듯반듯 했었다. 중년에 들어서서 아버지 궁굴리는 솜씨가 늘어나서 조련마 발놀림하는 것처럼 경쾌하게 옆으로 달렸다. 필선이 유연하여 좌우를 거느리고 앞으로 달렸다. 이제 노년이 되어서 힘도 빠지고 어깨도 쳐지고 손도 떨리니 길이 흔들리고 필체도 삐틀삐틀 필선도 들쭉날쭉 더디게 고갯길 넘어 갔지만 필력은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모래밭의 기러기처럼 발림을 노닐었다. 오늘도 아버지 부주돈 봉투 쓰시면서 무릎 꿇고 엎드려서 솔가리 냄새 풍기신다. 이젠 갈필이 되어서 죽은 귀신 부르는 필적이다. 최기종 1956년 전북 부안 산, 1992년 교육문예창작회지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나무 위의 여자』, 『만다라화』, 『나쁜 사과』, 『어머니 나라』, 『학교에는 고래가 산다』, 『슬픔아 놀라』, 등, 목포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