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벽

 

동길산

 

 

집이 남향이라서

마루에 앉으면 나도 남향이다

집이 방향을 틀어야

나도 방향을 튼다

집이 끌어들이는 길 남쪽을 거쳐서 오고

내가 끌어들이는 길 남쪽을 거쳐서 온다

남쪽은 집 한 채 사 두고 싶은 곳

평당 몇 만 원 촌집 손질해

평생 내 집이란 데서 살고 싶은 곳

그리고 남쪽은

높아지지도 않고 불어나지도 않는 곳

더는 높아지지 않는 산이 남쪽에 있고

더는 불어나지 않는 저수지 물이 남쪽에 있다

산이 벽이라도 되는 것처럼

물이 벽이라도 되는 것처럼

지은 지 백 년이나 한 방향 가부좌

집이 남향이라서

나도 남향이다

 

 

 

한밤

 

개구리는 용하다

수십 마리 수백 마리 개구리

옆구리 붙이고 다니면서

옆에 개구리 옆구리 쿡쿡 찔러

행동을 같이 하자고 신호를 보내는지

울기 시작하면 한꺼번에 울기 시작하고

그치면 한꺼번에 그친다

옆구리 찔러도 한 마리쯤 두 마리쯤

울음이 뚝 그쳐지지 않아

꺼이꺼이 계속 울어댈 만도 한데

숨이 막힐 정도로 찔러대는지

뚝 그치지 않는 개구리

한 마리도 두 마리도 없다

남 다 자는 한밤

누가 옆구리 찌르는지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난다

나야 할 때 나지 않은 눈물이

나야 할 때가 아닌데 난다

진정이 되지 않아

내 옆구리 내가 치는 밤

 

 

 

동길산

-----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무크지 ‘지평’으로 등단했으며 ‘뻐꾸기 트럭’ ‘무화과 한 그루’ 등 시집 다섯 권과 산문집 ‘길에게 묻다’를 펴냈다. 1992년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경남 고성 산골로 들어가 지금은 한 달의 절반은 산골에서, 절반은 도시에서 지낸다. dgs11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