喜捨函

     

 임술랑

 

 

 

보싯돈 희사함은 우리 아이 주머니 같다

어두운 통 속으로 주르르 밀어 넣는 돈은

아이의 용돈이지 싶다

돈도 내고

절도 하는

큰 부처님 앞은

아이와 내가 소통되는 장소이다

아프지 마라

배곯지 마라

조심조심 건너는 세상

어두운 희사함 속 지폐는 잘 날아가서

우리 아이 주머니 속에 들어 갈 것이니

땀 흘리며 一 拜 二 拜 百八 拜

품 떠난 자식을

다시 안아 보는 것이다

 

 

 

횡단보도 앞에 선 趙光祖

임술랑

 

 

늘 그렇듯 깨어있는

그것도 새벽에 이리저리 미망을 헤매던

한적한 도로 횡단보도 앞에 선 조광조

지켜 본 것은 동쪽 하늘에 샛별뿐이었는데

우두커니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것이

우리는 그가 무슨 생각에 붙박였는가 했습니다

마침내 푸른 별빛을 보고 우주를 가로 지르듯

휑하니 조선의 옷자락을 휘휘 날리며

장엄한 발걸음을 옮길 때

산도 그가 가는 방향으로 쏠렸고

강물도 그를 따라 걷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