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신전화국에 가다



정선호


영도 바닷가 해안을 따라 달렸다

달린다는 것은 시간의 날개를 다는 것,

햇살을 다리에 감아 바다에 풀어 던졌다


시간의 날개 꺾여 봄 햇살에 졸고 있는

옛 영도 전신전화국에 들어갔다

입구, 오래된 동백나무에 꽃 피었고

낡은 건물 앞엔 수명을 다한 전봇대들

노인정의 노인들처럼 늙어갔다


폐경이 얼마 남지 않은 동백나무는

전봇대에게 꽃을 털어 올려 주었다

그제야 전봇대는 생기가 돌았고

전화를 섬 전역에 송수신 해주던 시절을

추억하며 흰 머리카락 날렸다


사람들 송전탑 주위엔 텃밭을 만들어

밭을 갈아 채소를 길렀다

옛 전신전화국은 심장이며 허파마저

사람들에게 내어주며 동백나무와 함께

천천히 늙어갔다

 


















산에서 보물찾기



어린이 날 아내와 산에 갔다

산꼭대기에 올라 김밥을 먹고 있자니

야유회 온 여러 가족 보물찾기 한다

사람들 보물 찾으려 라마피테쿠스처럼

나무를 흔들자 산이 흔들렸다

나무는 갑작스런 사람의 온기에

정신없이 잎을 틔워냈다


한 무리 유인원들 박힌 돌 들추자

돌과 땅 사이에 터 잡고 살아왔던

개미며 지렁이들 화들짝 놀라고

돌은 뿌리 뽑혀 어쩔 줄 몰라 했다

유인원들 돌로 불을 만들어

음식을 끓여 제 아이에게 먹였다


돌의 방향과 물성을 생각하는 순간

우주가 갑자기 정지했다

순간 내가 서서히 돌이 되어 갔다


여기저기서 보물 찾았다는 함성에

산이 심하게 흔들렸다



 





*. 약력 : 충남 서천 출생, 창원대 국문학과 대학원 졸업, 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내 몸속의 지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