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취암* 일박一泊



     




저무는 하늘이 두툼한 구름요 깔고 누워

별 한 조각 내비치지 않는다



오밤중에 내려다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도 별천지였구나



저 아래 숲정이 끄트머리에 북두칠성

마차부는

마을 어귀에 있고



탁 트인 저기 저 너머 아득하게

찰람거리는

은하銀河




*경남 산청군 신등면 대성산에 자리한 암자









대서大暑 무렵

   ―― 지리산




연하천 건너 벽소령 넘는 마루금은 물 고흔 갈래머리들이 재잘재잘 쏟아져 나오는 방학식날 여학교 하굣길만 같아서 원추리, 비비추 입 삐죽거리는 모롱이 굽이돌면 배시시 웃는 층층잔대며 도라지모싯대, 마주칠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늘말나리, 양지 바른 언덕에 올라 손차양을 하고 먼 산을 내다보는 동자, 동자꽃…… 각색 발자국 자오록한 길섶 한구석빼기에는 노루오줌에 바짓가랑이 적신 내가 멀거니 홀아비꽃대마냥 서 있고





차영호(車榮浩)  1954년 충북 청원 출생. 1986년 《내륙문학》으로 등단. 〈푸른시〉동인. 시집 『어제 내린 비를 오늘 맞는다』,『애기앉은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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