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회의록

 

 

강태규

 

꿈인지 날 것인지는 모르겠다 탕국 잘 먹고 툇마루에서 남포불을 지필 때였을 거라

 

왼켠 미루나무는 참견 없이 차렷 자세로 어슴프레 있건만 삭밤이라 캄캄 무인지경 저번 늦겨울 소 여럿 잡던 일 좀 잊어볼까 했지만 수이 되질 않는 그런 불씨 없는 밤. 별다방 프라스틱 라이타 불 화홧 댓지만 심지로 댕겨지질 않고 콧잔등 어디쯤해서 소쩍 소쩍대길래 그냥 집나간 제 짝 부르는 소린줄로만. 자시 쯤 되었을까 심지에 기름 좀 배이라고 남포를 들었다 놨다 하던 중, 이젠 오른 켠 귀 어디쯤 와서는 소도적 소도적, 좀 더 잘 들으라 낭낭하고 쩌렁하여 가슴까지 철렁, 마른 번개처럼 퍼떡 집히는게 뒷집 소 같은 소가家라고 쩍새한테 귀뜸한 게야 산바람 댓닢조차 흔들지 못하고 백열등 저만치 아랫말에 있는 그런 밤. 산마루께 우묵 골진 즈음에서 빈 저수지 밤배 지나 듯 흘리던 쩍새소리에 오른켠 눈 꼬리 쪽 너머, 소 외양간에서는 한 두박자 꽤어 무쇠 코뚜리 어김없이 철럭댔으니 집짐승이나 날짐승이나 서로 사람 흉을 본다는 게 억지인 것도 같지만 잠 못드는 이 밤에 소 생각을 자꾸하니 소도적이 맞는 것 같기도 해

 

禽獸會議錄 : 개화기 때 정의 안국선이 쓴 신소설의 제목에서 차용함

 

 

 

 

 

장화홍련전

 

강태규

 

상주 중덕못에 홍련이 가득하다

 

낚시금지 팻말에 참붕어, 청개구리, 왕두꺼비, 소금쟁이들도 잠잠하다

 

배무룡 둘째 딸 홍련이 장화언니 따라 못으로 들더니

 

수십만 쌍둥이 딸들로 복제되어 환생했다

 

배좌수댁 딸처럼 심학규네 청이도 소생할 차례다

 

 

이 마을,

 

사람의 집들 동쪽으로 앉아있고 생태공원 공사가 한창이다

 

잘난 애비와 못생긴 여식女息, 계모繼母와 조사釣士들은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