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꽃

 

권 오윤

 

강 건너 꽃 들판이 더 어여뻐

물 건너 무릎앉아 가슴을 열었더니

구절초 송이마다 멍이 들었고 코스모스 한 잎은 숨을 죽였다.

 

우는 듯 웃고 있는 꽃 옆에서

나도 그저 우는 듯 웃는 한송이 꽃이다.

 

건너온 강둑

이만치서 보니

있던 자리도

그저 어여쁜 꽃밭이다.

 

아, 먼 꽃들은

내 먼 꽃들은

다 그만치서 어여쁘다.

 

 

 

 

 

입추

 

입추가 되면

귀뚜라미가 운단다.

할머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이후로

귀뚜라미소리는 입추 지나서만

내 귀에 들렸습니다.

 

무덤가 잔디는 이제 다 자랐는지

지난해 심어둔 국화는 심심하신지

백로 지나면 가 보려는데

오늘 밤 귀뚜라미 소리가

동그란 할매 젖가슴 따뜻하게 식은

그곳으로 먼저 떠나갑니다.

 

딸들에게

‘입추 지나니 귀뚜라미가 울지?’ 해놓고선

혼자 돌아누워

귀뚜라미대신 울어보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