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김수화

 

봄몰이하던

꽃샘바람도 이겨내고

남 먼저 달려와

댓잎 닮은 잎

꿈결처럼 밀어 올려

마당에 초록물 번지게 하더니

벌써 몇 년째

꽃대가 올라오질 않는다

조급한 마음은 기다리지 못하고

상사화 잎 타들어간 자리

조심스레 들여다보니

거기, 웅크리고 있는

상사화의 둥그스름한 우주

집착을 끊어버린 듯

사진첩 속의 정지된 시간처럼

메울길 없는

공백의 거리

깊디깊은 어둠이 눈부시다

 

 

 

목백일홍

 

김수화

 

어머닌 자식들 돌보듯 꽃밭을 가꾸셔서 화단은 늘 새로운 꽃을 피웠다 길 가다 울 넘어 낯선 꽃이 보이면 주저 않고 찾아가 한 포기 얻기 어려우면 씨앗이라도 받아오곤 하셨다 어머니의 꽃밭엔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시골에선 보기 힘든 귀한 꽃들의 잔치가 열리곤 했었다

아버지 하늘 길 열고 떠나시고 꽃밭은 큰물 휩쓸고 간 강변 땅콩 밭과 함께 후줄근한 모습으로 몇 년 버티는가 싶더니 굳은 결심이라도 한 듯 꽃밭 갈아엎은 자리에 정구지 호박 가지 오이 고추가 심어졌다 마음을 가꾸시던 어머니의 꽃밭이 이젠 오남매 지키는 일이 가장 컸으리라

마음 밭을 지키던 자식들 제 갈 길 찾아 모두 떠나고 어머니 기도소리 팔월 염천도 물러나 지켜본다.

 

 

 

 

김수화 약력

자유문학 등단, 한군문협,경북문협,김천문협 회원, 경북여성문학 부회장

논술토론 강사, 생각하는 글쓰기 교실 운영, 시집 ‘햇살에 갇히다‘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