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키스

 

 

박상봉

 

늦은 가을 날 기차에서 잠깐 흔들렸던가

눈은 감고 있었던가 뜨고 있었던가

칸칸마다 뼈아픈 시절 나누어 싣고 하행하는 기차 안

더듬더듬 캄캄한 동굴 속 지나갈 때, 머뭇거리며

아무도 내리는 이 없는 간이역 지나칠 때, 난간에 기대어

나눈 짧은 키스, 참 미묘한 떨림이었네

눈물이 눈에 핑 괴일 정도로 무거운 것이

그것에 눌리어 죽고 싶을 만큼 가슴 꽉 메이고

화끈 낯이 붉어지는 순간, 시가 나를 찾아왔네

언제 가을이 내 안에서 이토록 붉은 적 있었던가

차창 바깥으로 스러져가는 황혼을 한껏 끌어안고

단풍잎 붉은 차창 밖, 낯설은 마을 뒷길에,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 같은

새콤달콤한 맛 오래 음미하고 싶었으나

세월보다 빠른 속도로 달아나는 가을 붙잡아둘 수 없었네

늦은 가을날의 키스, 안주머니에 넣어두고

생각날 때마다 몰래 꺼내어 읽을 수 있다면

손에 땀이 차는데, 잡은 손 놓기 싫어

역방향으로 자꾸 뒷걸음치던 나,

허방 짚고 다닌 삶, 모두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았네

 

 

금오산

 

금오산 정상에 올라본 사람은 안다

큰바위 얼굴 왼뺨을 비스듬히 더듬다가

미간眉間에 등 기대고 몸을 눕힐 때

들끓는 산의 비명 들을 수 있다

명금폭포가 짚동 같은 눈물 쏟으며 내지르는 소리

눈 맑고 귀 밝은 사람은 다 들을 수 있다

옷깃 여미고 있는 여인의 손길 잡아보면

돌에 새겨진 몸은 비록 차갑게 굳었지만

작은 입술이 전하는 숨결 느낄 수 있다

종일 숨죽이고 누운 금오산 큰바위가

밤이 되면 왜 어깨 들썩이며

중천에 떠오른 달을 응시하는지

돌이 달을 낳은 사연,

금빛 까마귀 쉬어 가던 동굴의 풍수風水 읽을 수 있다

 

 

약력

1958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남.

1995년 『문학정신』가을호「쎄씨를 읽는 남자」외 2편 발표.

2007년 시집『카페 물땡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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