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이성선의 詩魂 소개

 

 권형하

 

이성선 시인은 1941년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났고, 1999년에 《산시》 시집과 2000년에 마지막 출간한《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등을 포함해 총 12권의 시집을 냈으며, 2001년 60세를 일기로 사망하였다.

이성선 시인의 시집 《산시(山詩) (1999년. 시와 시학사) 》는 평이한 수법의 시어로 동양적 달관의 세계를 깊이 있게 표현하였고, 시를 통한 자연과의 일체적 교감을 추구하였는데, 특히 설악산과의 친화적 합일을 모색하면서 '설악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자연'이다. 나무, 해, 달, 별, 하늘 등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 자연을 지향하는 시인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연'과 더불어 '우주'는 이 시집을 꿰뚫고 있는 원형적 이미지다. 시인은 인간의 욕망과는 무관한 대자연을 읊조리며 우주와의 합일을 시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어의 쓰임에는 효용적인 부분도 있다는 측면에서 좀 더 포괄적으로 보자면 특히 시어의 쓰임이 이야기로 인식될 때 문제가 된다. 이러한 의미를 지니는 《산시(山詩)》를 읽어보자.

 

저녁밥 山詩'1- /  이성선

 

나는 저 산을 모른다 

 

모르는 산 속에 숨어 피는 꽃

 

그것이 나의 저녁밥이다.

  

 

 

귀를 씻다 山詩'2

  

산이 지나가다가 잠깐 

물가에 앉아 귀를 씻는다

 

그 아래 앉아 물을 마시니

입에서 산(山)향기가 난다

 

 

나 없는 세상 山詩 30

 

나 죽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 물 속에는

산 그림자 여전히

혼자 뜰 것이다.

 

 

꽃 한 송이 -山詩․35

 

꽃잎 속에 감싸인 황금벌레가

몸 오그리고 예쁘게

잠들 듯이

 

동짓날 서산 위에

삐죽삐죽 솟은 설악산 위에

꼬부려 누운

초승달

산이 한 송이 꽃이구나.

 

지금 세상 전체가

아름다운 순간을 받드는

화엄의 손이구나.

 

 

시골길 - 山詩 37

 

 

 시골 길에

비 온 뒤

물이 고이고 물 속에

산이 들고

 

산 속에 꽃이

붉게 피고

꽃 속 절간에

동자승이

숨어서 웃고

 

위 시는 이성선 시인의 시어의 상징적 전통을 간직한 우리 언어의 복원으로 언어 미학적으로 승화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언어적 쓰임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원천성을 갖고 있는 시어의 쓰임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 전체로 보았을 때, 아쉬운 점은 선(禪)적인 의미와 맞닿는 시어와 시 쓰기는 자칫하면 헛돌아가는 톱니바퀴와 다름없이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목탁 두드리는 스님의 법문과 법어가 중생들을 향하여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된다면 의미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이성선 시인의 작품 몇 편을 통해서, 고인이 된 시인도 아마 지금쯤 산사의 깊은 어둠 속에서 우러나오는 평화의 심연 속에서 맑은 목탁소리를 자장가 삶아 잠길로 빠져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인은 '나 없는 세상'이라는 유서 같은 시를 살았을 때 남겨 놓았다 그가 심장마비라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하지만 유서가 발견되었으므로 자살로밖에 추정할 수 없듯이 그 유서는 대략 백담사 흐르는 물에 자신을 화장해서 흩어달라는 유언이었다. 그리고 '나 없는 세상'의 시비는 백담사 경내 흐르는 개울물을 등지고 서 있다.

설악산 기슭에서 바다를 앞에 두고 사는 시인의 따뜻한 눈길에 포착된 자연과 사물들을 통해 탄생과 만남과 이별 그리고 사라짐과 회생이 자유롭게 열림으로 하여 그의 시는 상식적인 인식범주를 넘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