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사다리


박승민

 
감나무가지를 잡고 있는 조롱박의 손
힘줄이 파랗다

나이를 한 살 더 한다는 건
허공으로 난 사다리를 오르는 일

지상의 낯익은 온기들과 멀어져
바람과 구름의 사원을 지나
낯선 별자리를 찾아 중얼거리며 가는 길

흔들려도 
잡아줄 손이 더 이상 옆에 없다는 사실

아득한 꼭대기에서
누군가의 발이 후들거리는지

밤부터 울고 있었는지
내 손까지 내려오는
저릿한 통증

조롱박의 왼손이 감나무사다리를 올라
장천(長天)의 푸른 강을 넘고 있다




등꽃


1


최루탄이 등꽃처럼 터지던 날
143번 버스가 학생회관 입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대가 있는 대학극장 4층 목조건물까지는
이 세상 가장 긴 일주문
낡은 중세의 유리창 위로
일몰의 서해가 황금 도가니탕처럼 끓고 있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原典
사랑이지만
그대가 앉아있는 무대 위 
불란서식 고급살롱에는
소작농의 후예가 오를 수 없는 곳

그 계단을 다시 되밟아 下界하는 길은 
터-억,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영락없는 한 명의 수배중인 운동권이었다



30년 전의 등불이 가끔씩 켜지는 것은
명치끝으로 환한 그 무엇인가가 
전류처럼 아프면서도 빛나게 흐르기 때문

3


너보다 약간 더 오랜 산 표정으로 生을 만나고 싶다

 

박승민 경북 영주출생 2007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활동시작. 시집으로 <지붕의 등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