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면 

 

 권순자



염전에 소금이 쏟아져 내렸다

오랜 동안의 그리움이 알알이 맺혀

허공에 가늘게 떨며 빛나다가

어둠이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시간이면

어제의 기억들이 하얗게 쏟아졌다


허기진 노래처럼

울림 깊은 소리로 온몸으로 피었다

비우고 다시 비운 뒤에 찾아온

현기증 나는 달빛

타는 속내 파동으로 읽어내는 몸짓


잠결 같은 물소리는 바래고 바래서

하얗다

여위는 파도소리

오랜 호흡도 우려내면

저렇게 투명해지는가


핏빛 울음도 붉어지던 눈자위도

기다림의 시간을 달이고 달이면

꽃보다 환한 빛으로 태어나는가





일몰이 황홀하게

살벌한 시간의 체를 거치고

상처를 거부하는 울음이 수면으로 가라앉는 밤

병원 침대에 누워 구름냄새를 맡는구나


삶의 그을음이 온통 뼛속에 침전물로 남아서

바람처럼 스치는 달빛을 받네


고운 꽃 쏟아내던 때가 언제였던가

싸늘한 고양이 울음이 잉크처럼 번지는 밤

외로운 어둠의 강 위에 몸 둥둥 떠가네


차라리 헤엄쳐 갈까

저 하늘로 저 바다로

바람소리 창틈으로 물 새듯 쏟아들고

몽환처럼 서성이는 달빛이 서러워

내 몸을 핥아대는 먹먹한 그리움이 아파서


욱신거리는 온몸을 질질 끌고

내 영혼은 한 점 섬으로 떠도네


슬프고 다정한 눈동자를 보라

추락하지 않는 노래는 귀전에 출렁거리고

내 신음은 중얼거리며 날아오르네


울렁거리는 울음을 물고

밤새 뒤척이는 눈동자를 보라

허공에 바람을 물고

질척이는 섬을 보라


권순자

경주 출생. 2003년 《심상》등단. 시집『우목횟집』,『검은 늪』

포항문학회원.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시인협회회원. 이메일 skjm70@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