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장미

 

여자의 허리에 장미가 피었다

 

여자가 팔을 올리고 발을 내밀며

작고 빵빵한 궁디를 흔들 때마다

붉은 장미 한 송이 흰 셔츠 밖으로 이슬을 턴다

 

뜨거운 밤, 거리의 잡것들은

허리에 피는 장미를 식탐하지, 그래서

하우스 재배보다 수익이 좋다고

여자는 웃음을 꽃잎처럼 날리는데

웃음은 사뿐히 어디에 앉을까

샤넬일까 피아제일까

하나뿐인 아이가 그려내는 도원의 풍경일까 입체화법일까

대낮에도 개개풀려 소파와 변기를 한통속으로 보는 사내

그 사내에게로 아직도 이어지는 순정일까

 

능구렁이 하나 스르르, 여자의 허리를 감으면

오늘 밤도 대박이라고, 오늘 밤도 대승이라고

꽃잎을 활짝 여는 장미, 가시를 떼어버리고.

거대한 아가리를 탁 닫으며

잡것들의 우두머리, 두 눈을 사르르 감는다

캐피탈리즘

   

   

 

절필을 생각하다

 

내 시가 부끄럽다

시인이란 이름표 장미처럼 달았거나

국어사전 눈 감고도 복사하듯 베끼거나

시어가 수정처럼 빛나는 시, 그

앞에서가 아니라네

 

오라버니, 내 오라버니

농투성이 둘째 오라버니

그 앞에서, 시 쓴다고

내 시가 부끄러워, 시 쓴다고 말 못하네

 

노모의 틀니 값도 아슬아슬한 배밭에서

폭염의 몰매를 맞던 오라버니, 나

시냇가 버드나무 아래, 물놀이를

거침없이 써내려가 부끄럽네

쳐들어오는 어둠을 향해 전조등을 쏘아대며

자정까지 탈곡기를 밀고 가던 오라버니, 나

달맞이꽃의 기다림만 노래해서 부끄럽네

추곡수매 하던 날, 해장술 몇 잔에 휘감겨

멱살잡이 주먹질로 피멍든 오라버니 ,나

왜 저 지랄이냐 소리쳐 부끄럽네

빈 우렁이 껍질 같아, 누런 거품만 일어

부끄럽네

 

이것도 글 쓴다고, 시 쓴다고

절필이라

유식하게 이름하여 부끄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