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집


그 역 앞에 있는 미원집을 나는 사랑했네

울컥, 막된 소리를 높이다가

바닥에 막걸릿잔을 털어내는 게 고작이었지만

진정 아름다움을 원했고

아름다운 것들은 왜 그리도 멀리 있는지

새벽 찬바람을 붙들고 가슴 아파했네


그 역 앞 미원집 이제 사라지고

뚝딱, 근사한 건물 하나 들어섰네

그러나 나는 아직 그 미원집 잊지 못하고

마음에 근사한 건물도 짓지 못하네

나는 진정 아름다움을 원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아직도 멀리 있기 때문이네


                           


대롱대롱 그때


함석지붕에서 미끄러진 늙은 호박이

마른 꼭지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그때


우마차 끌고 장에 가신 아버지가

초승달에 기대어 터벅터벅 돌아오던 그때


저녁 밥상에서 날아오른 푸성귀들이

마당 빨랫줄에 천연덕스럽게 걸리던 그때


삼십 촉 전등 아래 구판장 외상장부가

축 늘어진 고무줄에 매달려 있던 그때


대롱대롱 

그때


감나무 거미줄 아침이슬에

자꾸만 눈이 가던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