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동화책이 다 있다니!

지금껏 동화깨나 읽은 나를 완전 사로잡은 이 동화 ‘파란 토끼가 있다’ 설정부터가 기발하고 깜찍하고 매력적이다.

전편 '공룡이 있다고'에서 멸종된 공룡이 삶은 달걀에서 부화되어 나온 데 이어 속편인 '파란토끼가 있다고'에서는 생물학적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파란' 토끼가 알을 깨고 나온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순진하고 여리고 어벙한 주인 자비놀이 두 동물, 공룡과 파란토끼와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일상이 주를 이룬다.

그야말로 동화속에나 있을 법한 장면들로만 내리 이어지는데 책을 읽는 내내 자비놀과 그의 두 동물이 주고받는 말이며 치러내는 일상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아마 그건 작가 한나 요한센이 공룡과 토끼에게 부여한 캐릭터 덕분일 거다.

눈에 띄는 거마다 북북 찢어서 잡아먹어치우고 싶어하는 이 책에 나오는 공룡, 한마디로 귀엽고 앙증맞기 짝이 없다. 투정부리며 생떼를 쓰거나 눈에 보이는 것마다 ‘이게 뭐야 저게 뭐야’ 꼬치꼬치 물어대는 말투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대여섯 살짜리 꼬마랑 똑같다.

말하자면 공룡 고유의 성격을 귀여운 캐릭터 속에 깔고있다는 건데, 그래서인지 공룡이 주인 자비놀을 떠나서 중생대로 떠나는 모습이 너무나도 그럴듯하게 와닿는다.

토끼 또한 마찬가지다. 겁 많고 소심하고 게으르고 도망치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듯한 토끼의 모습을 기본으로 갖고있으면서 매사 야무지지 못하고 덜렁거리는 공룡을 약 올리는 모습은 절대내숭의 포스를 즐감케 한다.

프리랜서 기자인 자비놀 역시 겉보기만큼 평범한 건 아니다.

친구 '자비놀'에게서 '자비놀'이라는 이름을 건네받으면서 자비놀은 평범한 생활을 포기하고 특별한 경험이 가능한 세상을 살게되는 사람이다. 그 특별한 세상이란 다름 아니라 사사건건 다투고 옥신각신 바람 잘날 없는 공룡과 토끼의 칭얼거림과 불평불만과 어리광을 받아주면서 책을 읽거나 기사를 쓴다.

남는 시간에는 수영하러 가자 공원에 가자 보채는 공룡과 눈치보다 따라나서는 토끼를 데리고 외출을 한다. 물론 바깥에만 나가면 주의부족으로 상처를 입는 공룡을 가축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를 받게 하고...

소란스럽고 자잘한 일상사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공룡이 떠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 장면에 이르면 자비놀처럼 묵직한 아픔과 외로움이 가슴을 파고든다. 내가 그새 공룡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동화를 전혀 읽지 않는 분이라도 이 책만큼은 읽어보시기 바란다. 실로 공룡과 토끼가 티격태격 다투면서 보여주는 실랑이와 갈고리박기로 대표되는 소란스런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한나 요한센 1939년 독일 브레멘에서 태어나 독문학과 교육학을 공부하고 취리히에서 살고 있다.

어른과 아이들을 위해서 책을 썼고, 수많은 책을 번역했으며, 스위스 청소년 문학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난 황금 알을 낳을 거야> <침낭을 졸라맨 마녀> <공룡이 없다고?> 등이 있다.


클라우스 줌뷜 (그림)

1966년 스위스 슈탄스에서 태어나 자랐다.

금박 기술과 옛날 그림 복원 기술을 갖고 있으며,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지금은 바젤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