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사랑법

                                김길녀


안개가 술렁거리는 날이다


길고 흰 구름의 나라 지나갈 때

백 만년 동안 불어오던

고래의 구애소리

선회창 틈으로 파고든다

내 사랑은 먼 육지에

나는 먼 바다에 떠 있다

사방으로 포진한 난파의 거친손길

피하며 강철의 용골

가시처럼 세우고

파도밭을 뚫는다


조심해야 할 것이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

무적의 눈물이 독 인줄 모른다

등대 울음소리 삼키며

마설가자미 감싸는 파도의 흰 뿌리들

야생의 꼬리 펄럭이다

지쳐가는 한 낮

누군가 슬며시 다가와 초록 비늘을 당긴다

그 손길이 따뜻하다


물고기 울음소리 깊다






기억의 꽃밭

                                          

                                     

여름 햇살 따가운 앞집 돌담 밑

붉은 샐비어 꽃그늘 아래, 꽃뱀 새끼들

꼬물꼬물 소꿉놀이 밥상위로

부지런히 더위를 실어 날랐다

검붉은 초록 몸은 단지, 사람에 대한

경계의 무늬일 뿐

혀 속에 독을 키우진 않았다

고, 어린것들 데려다가

푸른 사금파리 접시위에

몸 눕히면,

툇마루 끝에 처녀 할머니,

마당가에 가득 핀 보라색 수국처럼

환하게 웃으셨다


▶약력

-1964년 강원도 삼척 출생

-1990년 《시와 비평》등단

-시집 『키 작은 나무의 변명』,『바다에게 의탁하다』

-‘제13회 한국해양문학상’ 수상